첼시 풀렛 <40가지 테마로 읽는 도시 세계사>
역사적인 사건이란 무엇일까? 현재는 무수히 갱신되는 중이다.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날마다 역사적인 사건을 목격한다. 서울은 국제도시로 충분하지만 차기 세계수도의 후보라고도 할 수 있을까?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서울 출생 서울 거주자로 평생 수도권에 살면서 종종 타국의 서울을 꿈꾸었고, 서울보다 크거나 먼저 부흥했던 해외도시를 여행했다. 돌아올 수 있었기에 더욱 재미있는 여행이었지만 돌아온 가장 큰 이유는 다시 떠나기 위함이기도 했다.
첼시 풀렛의 <40가지 테마로 읽는 도시세계사>는 40가지 분야를 발전시킨 도시, 40개의 도시를 발전시킨 분야를 시간 순으로 통찰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스스로 반체제적인 사관을 가졌다고 서문에서 밝히지만 이 책은 40개 도시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기에 말하지 않은 것도 말한 것만큼 중요하다.
미국 4대 도시 중 LA를 제외한 세 곳과 필라델피아를 다녀온 이후 조금씩 도전해본 세계사책이 이제는 책장 한칸을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여행지로 먼저 다가왔던 도시들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도시 세계사 책이 더 많아져도 괜찮을 것 같다. 고대부터 메트로폴리스로 기능했던 도시들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어떤 점에서는 <서울의 하이스트리트>와도 통하는 이야기다.
사실 제국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혁신에 더 큰 의구심을 가질 뿐 아니라 강박적으로 혁신을 피하고 저지한다. 제국의 중앙집권적 관료제가 갈수록 변화를 장려하기보다 변화에 저항하고 다양성을 허용하기보다 획일성을 강요해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향은 로마, 마야, 아랍, 명나라, 오스만, 대영제국(심지어 유럽연합까지)이 잘 보여준다.
-9p, 추천 서문(매트 리들리)
피렌체 예술가들은 비례 원칙과 단축법(선의 길이를 단축해 깊이감을 주는 기법)을 완성했고,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네 가지 기법, 칸지안테cangiante,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스푸마토sfumato와 유니오네unione를 발전시켰다. 칸지안테는 몇 가지 색상만으로 그림자의 환영을 만드는 기법이고, 키아로스쿠로는 명암 대조를 통해 깊이감을 전달하는 기법이며, 스푸마토는 윤곽을 살짝 흐릿하게 처리해 입체감을 주는 기법, 유니오네는 색 전환을 이용해 극적인 효과를 내는 기법이다. -187p, 피렌체: 예술
무굴제국 시대 아그라 건축물에는 인도, 페르시아, 튀르키예 등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었다. 이슬람은 코로도바의 모스크 대성당과 세비야의 알카사르 궁전에서 볼 수 있듯 다양한 문화 양식을 융합하는 전통이 훨씬 강했다. 무슬림 건축가들은 ”신은 아름답고 아름다움을 사랑하신다’라고 전해지는 격언처럼 대개 신앙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지만 이슬람교가 사람이나 동물에 대한 묘사를 금했기 때문에(‘페르시아 미니어처‘ 회화 전통은 예외였다) 제약을 받기도 했다. -248p, 아그라: 건축
1776년 1월, 영국 태생 미국 작가 토머스 페인(1737-1809)은 <상식 Common Sense>이라는 소책자를 발표해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의 수립을 주장했다. 이 책은 필라델피아에서 이내 10만 부 넘게 팔려나가며 영국으로부터의 분리와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두 번째 대통령인 존 애덤스(1735-1826) 역시 “<상식>을 쓴 저자의 펜이 아니었다면 워싱턴은 칼을 뽑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걸로 유명하다.
-288p, 필라델피아: 자유민주주의
문화 간 교류는 인류의 발전을 촉진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가? 그와 같은 교류는 책에 소개된 도시들을 어떻게 풍요롭게 만들었는가? (예: 장안과 암스테르담) -408p, 토의를 위한 질문
어느 시대의 어느 도시로 시간여행을 하고 싶은지 시뮬레이션 해보는 재미도 있다. 과거의 ‘영광’만을 생각하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현재의 관점으로 (나쁜 의미로) 충격적인 부분까지 짚어준다. 이 책을 통해 흥미를 가지게 된 분야를 더 찾아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