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상상력과 창의성을 깨우는 39편의 에세이

프랭크 배런 외 <크리에이티브의 시간들>

by 산책덕후 한국언니

도서제공리뷰



마음을 드러내면 우리 안의 역사도 드러난다. 우리가 숨기거나 잊어버린 것들 말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숨기고 있는 감정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다. 심층 심리 치료의 목표 중 하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자아를 다시 발견하고 이를 우리의 전체 자아에 통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48p, 고스란히 드러난 마음



<크리에이티브의 시간들>은 창의력 전문가 프랭크 배런과 알폰소 몬투오리, 앤시어 배런이 발췌하고 큐레이션한 콘텐츠에 더하여 창의력에 관한 머리글과 챕터별 프롤로그, 작품 소개 및 추천 도서와 저자 소개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창의력을 조망한다. 엄선한 아포리즘 역시 이 책의 별미였다.


​메리 셸리, 이탈로 칼비노, 버지니아 울프,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지나 이사도라 덩컨과 어슐러 K. 르 귄에 이르기까지 대가들의 천재성이 번득이는 문장을 포함해 이 책이 아니었다면 만나는 데 훨씬 오래 걸렸을 예술가와 과학자, 철학자의 짧은 글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각각의 저자를 빠르고 농밀하게 접촉하면서 세계를 확장하는 독서 경험으로 안내한다.


책 한 권에 그치지 않는 환승센터와 같은 포털이며 엮은이들이 챕터별로 안내하는 창의적 요소를 넘치게 완성하는 서른아홉 명의 저자와 함께한 여정은 길고 험난했지만 그만큼 보람있었다. 이것이 파티였다면, 혹은 작가축제와 같은 일련의 프로그램이었다면 나는 서른아홉 명을 다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창작하는 사람으로써 마음을 다스리고 작품을 누적하며 협업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창작물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면서 이 모든 것을 ‘창의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전제를 놓치지 않는다.




기악곡을 작곡하는 동안 어떤 명확한 주제와 관련 없이 스쳐 지나가는 모호한 감정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그것은 순전히 서정적인 과정이다. 서정적인 시인이 운문으로 자신을 쏟아 내듯이 영혼이 음표로 흘러나오는 일종의 음악적인 떨림이 있다. 차이점은 음악은 훨씬 더 풍부한 표현 수단을 가지고 있으며, 영혼의 기분이 변화하는 수천 가지 순간을 번역할 수 있는 더 미묘한 매개체라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작곡의 싹은 갑작스럽고 예기치 않게 나 타난다. 토양이 준비되어 있다면, 즉 작업에 대한 기질이 거기에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힘과 속도로 뿌리를 내리고 땅을 뚫고 솟아올라 가지와 잎을 내고 마침내 꽃을 피운다.

-307p, 교향곡 작곡하기(차이콥스키)​


​창작 행위는 내면의 결을 다듬어 자기 자신을 완성한다. 삶이 더 이상 패턴이 될 수 없는 시대, 다시 한 번 창의력을 점검하고 떠먹여주는 영감을 통해 창작 에너지를 보충해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