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 <내 삶을 위한 독서 모임>
오해받고 싶지 않다는 말은 이해받고 싶다는 말의 유의어입니다. 결국 그 말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욕구이며,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독서 모임은 그 마음을 고스란히 꺼내 보여도 안전한 자리입니다. 평가나 지적 없는 우정과 환대의 시간입니다. 실수할까 두려워 늘 켜놓았던 조바심 스위치를 잠시 꺼두어도 좋습니다. 갑갑했던 단추를 풀고 느슨하고 편안한 차림으로 듣고 말하는 여백의 만남입니다. -178p, 잘하려는 마음 때문에 말이 점점 두려워지는 당신에게
2025년은 독서 모임을 하는지, 안 한다면 왜 안하는지, 해볼 생각 없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은 한 해였다. 친구들이 대부분 ‘서평 쓰는 사람’이게 된지는 좀 되었지만 작년 이후 진지한 사이로 발전한(?) 친구들의 대부분이 독서 모임 정예멤버 또는 운영자이기에 그랬을 것이다. 이런 친구들을 탐하면서(?) 나는 왜 독서 모임에 큰 관심이 없었을까 자문해본다.
독서 모임에 ‘어떤’ 사람들이 모이는지는 궁금해하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둘 이상이 모이는 경우 어떤 공통의 목적이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일종의 취미이자 산책덕후-관찰자로의 습관이다. 한때는 모임 정도를 넘어 동아리와 협회 등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일이기도 했다. (취미로 시작해 커리어가 된 사례) 그러다 지쳐서 서른 이후로 자연인+독립 아티스트 모드를 추구해왔다. 모임을 주도하는 역할을 벗어나 관찰하는 위치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자발적 은둔과 고립을 충분히(?) 겪고 다시 모임에 뛰어들려고 했는데 이미 팬데믹이 왔다. 밀착 소통이 중요했던 내게 1. 인스타는 사적인 콘텐츠를 한없이 생산, 소비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으나 2. 온라인 모임은 실시간 소통의 매력을 반감시키기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시도하지 않았다.
서평으로 맺어진 친구들과 친해지는데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기모임 없이도 진솔하고 깊은 우정을 형성하는 중이다. 젊은 날 많은 급찐급빠(살과 우정 모두에 해당함)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지혜가 생겼을까? 말은 이렇게 해도 여전히 날마다 실패하는 중이다. 사랑에도 정석은 없지만 우정은 더더욱 질긴 의리와 너른 마음이 필요하기에.
친구들 덕분에 지난 가을부터 몇번의 행복한 독서 모임을 했고 이제는 익숙하지 않은 모임이라도 흥미가 생기면 시도해 볼 준비는 되어있다. 지금까지 모임보다 내가 읽고 싶은 책과 북토크 등에 더 비중을 두었으나 약간의 여유 공간을 마련하는 중이다. 독서 모임이라는 형태에 대해 충분히 고찰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하여 이 시점에 ‘독서모임 하기 좋은 책’ 목록을 포함해 독서모임의 A to Z를 알려주는 <내 삶을 위한 독서 모임>을 만난 것도 인연이겠다. 주제도서가 없어도 책친구들을 만나면 24시간도 모자랄 책수다가 이어지는데, 이왕이면 서로가 읽어본 책을 지정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준비기간과 도서를 정하고 준비모드로 읽지 않으면 같은 구성원이라도 ‘독서 모임’이 되지는 않는다. 이 차이를 어떻게 넘어설지는 <내 삶을 위한 독서 모임>을 참고해 고민해볼 예정이다.
토론 수업 진행자 경력을 활용해 말하기 연습실을 운영하고 싶은 작은(?) 프로젝트는 항상 있었다. 다만 운영자는 자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내가 말하고 싶은 욕구가 많을 때는 차라리 참여자가 되는 것이 낫다. 여기에 일종의 장벽이 있었다. 참여자로서의 두려움은 없지만 타인의 시선을 아예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주최자로서의 의지는 팬데믹 후유증과 삶의 복잡함으로 자주 정체되었다.
함께 읽기의 즐거움으로 시작해 잘 듣고 말하기, 모임 운영과 더 깊게 읽는 방법까지 상세하고 실용적인 팁을 얻었으니, 적용해 볼 기회를 갖고 싶다. 친구들도 이 책을 읽었기에 연말연시에는 함께 독모를 했거나 할 예정이다. 경험이 많은 친구들이 나누어준 시간에 대한 보답으로 나도 무언가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해본다. 우리 시작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