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이론]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사실 이건 '식사이론'이라는 상품의 광고인데,
처음 보고 놀라운 마음에 세 편이나 연달아보았다.
먹는 것이 곧 타투가 되는 세상.
단순하지만 아주 독특한 세계관이다.
그중 3화에선 재벌가가 나온다.
재벌가는 타투가 남는 것이 불명예로 여긴다.
그래서 예외 없이 모두가 링거로 식사를 대신한다.
주인공은 학교에서도 소외되어 있다.
아이들은 모두 타투가 있고, 그는 하얗고 아무것도 없다는 이유로 모두가 수군거린다.
집에 들어갈 때는 신체검사를 한다.
어느 날, 같은 반 친구가 (광고답게) [식사이론]의 단호박닭가슴살만두를 주인공에게 건넨다.
주인공은 거부하고
아이들은 '남은 건 버리겠다'라고 말한 후 교실을 떠난다.
이상하게 패키지에 있는 단호박만두만 색을 가지고 있다. (그때까지 애니는 모두 흑백이다)
황홀한 냄새. 안된다는 유혹. 아이들이 떠드는 웃음소리...
주인공은 결국 단호박만두를 먹어버린다.
먹는 순간 애니는 총천연색으로 바뀐다. 주인공의 머리에선 팡파르가 터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을 표현.
마지막으로 나오는 말
"맛있다..!!"
[식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식사이론]
그걸 보고 난 바로 단호박닭가슴살만두를 구입했다.
광고의 참신함도 놀라웠지만,
어떤 세상이든 간에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계급을 보여주려고 애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런 것.
나는 여기고 너는 저기야. 너와 나는 달라.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상하로 말이지. 물론 내가 위고.
먹는 음식이 타투가 되는 세상에서조차 그들은 '천박하다'며 자신들은 다르다 여긴다.
결국 인간이기에 피해 갈 수 없는 현상마저도 이겨낸다 생각한다.
현대사회는 계급사회가 아니다.
... 정말 그럴까?
그리고 내가 만일 계급사회에서 태어났다면,
나보다 위에 있는 계급의 사람을, '감히' 비난할 생각이라도 했을까?
옛날 사람들 대다수가 우리보다 '무지해서' 계급사회에 저항하지 못한 걸까?
태어날 때부터 생긴 세상이 그런 모양이었는데도.
그게 아니라고 할 수 있나?
.... 정말로?
어느 날 떠오른 생각으로 써 내린 소설, <세벽>은 세상에 나왔다.
난 그 소설이 세상을, 적어도 내 세상을 바꿔줄 거라 생각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사람이란 익숙해지는데 가장 특화된 존재.
이번 [식사이론]을 보면서 또 한 번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바깥이 누구에게나 평등하다고 생각해? 아니야. 불평등을 가리는 방식이 더 견고해졌을 뿐이야
<세벽> 속 인물, 레시의 말 중 하나.
현대사회는 계급이 없다.
다만 그와 비슷하게 정의하는 사고방식은 여전히 있다.
포기하는 마음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써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식사이론]을 보며 너무 딥하게 들어갔으려나?
어쨌든 오랜만에
신선하고 재밌는 (게다가 효과적인) 광고를 보았다.
적어도 나는 그 광고를 보고 식사이론의 음식이 궁금해졌으니.
(단호박닭가슴살만두는 맛있었다^^)
이야기는 세상을 구한다.
그것만은 여전히 내가 믿는 신념이다.
사진출처.
유튜브 롯데웰푸드 푿TV 채널, 식사이론E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