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와 경쟁할 것인가, 도구를 사용할 것인가
대 생성 AI시대다. 나는 chatGPT 도래 직전까지 GPT, Bart 기반 자연어 생성 테스크를 수행해 왔고, 반복적인 개발 업무에 대한 회의가 든 적이 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당시 내 업무의 중심이 코딩과 요구사항 수립에 있었기에 효율적으로, 빠르게 코드를 작성하고 테스트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문제는 앞으로, 혹은 지금도 생성 AI가 나보다 더 뛰어난 코더라는 점이다.
특히 딥러닝 프레임워크가 고도화되고 허깅페이스 같은 API가 성장함에 따라 코드를 그저 가져다 쓰기만 하면 뛰어난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AutoML과 MLOps 툴의 보편화는 배포와 파이프라인 관리마저 대체할 것이므로 개개인의 AI 엔지니어가 차별점을 가지기에 다소 난해한 상황이다.
더 나아가 이제는 AI가 논문마저 쓰고, 읽고, 구현하고, 설계하는 모습 그러니까 AI로부터 AI가 탄생하는 모습을 보며 AI를 만드는 것 자체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는 믿음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러한 대 생성 AI 시대에 AI를 잘 해석하고 다루는 역량만큼은 인간이 가져가야 할 고유 가치라 생각한다. 영화 아이언맨에 토니스타크가 코드 한줄한줄 작성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자비스라는 AI 비서에게 명령하고 그가 필요로 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그럼 자비스가 모두에게 있다면 모두가 토니스타크처럼 혁신적인 기술과 장비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단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자신한다. 이것이 AI를 이해하고 다루는 역량이다.
이제는 하나의 AI 모델, 하나의 서비스 개발에 몸 바치는 것이 아니라 내 도메인에, 내 업무에 AI 모델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해 필요한 것들을 구축하고 구현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넘어왔다. 이전까지 엑셀을 잘 쓰는 사람이 업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듯 AI도 그런 도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개발자라면 AI를 사용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규모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고 데이터 분석가라면 AI를 사용해 수많은 가설 검정과 모델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필요한 대시보드 구축까지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데이터 분석가, 특히 엔지니어와의 경계가 모호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경우 파이썬 패키지를 사용해 전처리, 모델링, 튜닝, 검증까지 일련의 반복되는 과정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러한 반복 작업은 모두 자동화될 것이며, 중요한 것은 현 상황을 직시하고 어떤 실험을 해야 하는지, 어떤 모델을 쓰고 그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력, 이해력, 해석력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SVM을 어떻게 쓰는지보다 SVM이 어떤 원리와 구조로 설계된 모형이고 모형의 분석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사람이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것이다.
AI도 역시 그저 도구다. 그러니 도구와 경쟁할 것이 아니라 도구를 받아들이고 제대로 사용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