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대 May 31. 2022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 시대라고?

늦게 써보는 20대 회고 글

단군 이래 가장 방황하기 좋은 시대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 시대"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누구에게나"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제 생각에는, 아직 충분한 경험과 데이터가 쌓이지 않은 대부분의 20대에게 지금은 단군 이래 가장 방황하기 좋은 시대입니다.


많은 회고 글을 읽어봤습니다. 21년 회고 글이 유독 많은 것 같습니다. 회고 글이 많다는 것은 한 해동안 '성장한 소수'가 상대적 자부심을 더 크게 느낀 것일 테고 이는 그 반대편에 있는 다수가 상대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마치 "신입 개발자 연봉 5천만 원"이라는 기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에 해당하는 개발자는 1% 극소수에 불과한 것과 같습니다. 유튜브나 개인 PR 플랫폼이 커지면서 이제는 정말 개인이 돈 벌기 쉬운 시대라 하지만 1%가 아닌 대다수는 돈 벌기 정말 어려워졌을 것입니다.


저도 2021년은 어려웠습니다.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퇴사를 했고,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후유증도 있었습니다. 후유증을 극복하고 다시 자리잡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그 시행착오 속에서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회고를 했고, 회고를 거듭하며 이렇게 한 해를 보냈습니다. 20대 막바지라는 생각에 더 조급했고, 조급함에 실수도 잦았습니다. 큰 실패는 없었지만 작은 실패는 많았고 큰 성공은 없었지만 작은 성공은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조급함 속에서 의외의 안정을 추구했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기에 큰 성공이나 큰 실패도 없었습니다. 가장 어렵고 가장 고민이 많았지만 반대로 또 가장 잔잔했던 2021년이었습니다.



후회. 후회. 후회.


2021년은 제 20대의 마지막 해였습니다. 10년의 기간을 함께 반추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저의 20대는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속으로는 돈을 지독히 좇으면서 뭔가 대단한 액션은 할 수 없었죠. 마음만 급했던 것입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다들 불안해 보이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어딜 가든 휴대폰으로 주가 창을 보면서 큰 한방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반증이 아닐까요?


돌아보면 아쉬움은 가득하지만 최선의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이 지금은 후회스럽지 않습니다. 다만, 후회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꽤나 많은 후회들로 가득했습니다. 왠지 혼자서 어려운 길을 가는 것 같고, 한참을 돌아서 가는 것 같고, 괜한 일을 한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머무는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는 시간들 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들이 쌓여서 지금 돌이켜보면 나름대로 참 시의적절했습니다. 


많은 표현을 떠올려봤지만 시의적절했다는 말이 가장 '적절'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바보 같은 행동을 보고 "어떻게 저런 실수를 하지?"라고 생각하고, 또 성공한 사람의 과거 행적을 보고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그 시점, 그 사람의 시선에서 보면 겨우 한 끝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그 사람이 할 수 있었던 가장 적절한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그 적절했던 행동이 잔잔한 물결이 되어 현재까지 이어져오면서, 지금의 나와 지금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은 쌓일 것입니다. 


2021년은 20대의 시의적절한 경험과 행동의 결과입니다. 2021년에 위험보다 안정을 좇았다면 20대의 경험이 위험에 대한 회피 성향을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그것이 적절하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지난 10년의 키워드는 '불안정', 목표는 '안정'이었습니다.



안정을 발판으로


앞으로 저의 30대는 여전히 많은 후회가 반복될 것입니다. 하지만 20대에 많은 후회들을 떠올리며 힘들었다면 30대는 많은 후회들도 결국 작은 아쉬움 정도로 남을 것을 알기에 덜 힘들 것 같습니다. 예측 가능하다는 것은 두려움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힘들 것을 안다면 역설적으로 그리 힘들지 않을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30대를 후회에 대한 걱정보다는 진취적인 도전을 통한 자발적 후회를 반복하며 보내고 싶습니다.


지금은 불안정보다 안정에 가까운 상태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걱정 속에 기어코 퇴사를 했지만 결국 자립해서 여러 회사들과 손잡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에 대한 완벽한 통제와 조절은 아직 여전히 어렵지만, 어느 정도 제가 하루를 보내는 패턴을 이해하고, 시간대별 효율과 감정 상태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30대를 맞이하는 순간은 부와 성공으로 가득하리라 믿고 꿈꿨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0대의 경험이 쌓여 보다 안정적인 생각으로 단단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의 20대는 안정을 추구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다만, '그쳤다'라고 하기에는 20대의 안정이 그리 사소하진 않습니다. 30대를 걸어 나갈 힘이 지금 이렇게 얻은 '안정'에서 나올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혹여나 일을 키워 큰 성공을 거두었다면, 아직은 부족한 그릇이라 물은 가벼워 넘쳤을 것입니다. 그래서 큰 성공은 없었지만 단단한 안정은 얻었음에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그저 다음 10년을 돌이켰을 때, 지나온 길이, 지나온 과정이 값진 경험이길 기대하며 그중 한 해를 시작할 것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안정보다 위기에 조금 더 많이 도전하면서 기회를 추구하고, 다른 형태의 값짐을 경험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0대를 단단하게 맞이할 수 있다는 것에 값진 10년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세대가 버려지지 않으려면


저는 20대, 그리고 30대에 갓 들어선 우리가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 시대"라는 말에 

"그럼 나는 왜 이러고 있나"

라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신 돈 벌기 좋다는 이 시대에 버려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러려면 어떤 사람들이 돈을 벌고 있는지 봐야 합니다.


첫 번째 부류는 과거의 충분한 경험이 쌓여 그 경험을 브랜딩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노하우든, 커리어든, 프로그래밍이나 마케팅 기술이든 그동안 치열한 노력과 열정으로 뭐라도 쌓아온 사람들은 이제 회사라는 틀을 벗어나 마음껏 스스로를 영업하고 거미줄을 쳐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이들이 자신 있게 공유하는 노하우를 엮고, 더 발전시켜 내 것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더 속도감 있게 진취적인 도전을 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다른 두 번째 부류는

"지금 부동산 안 사면 늦는다" 

"지금 남들은 테슬라 사서 떼돈 벌고 있다"

"너 그러다 벼락 거지가 된다"

라며 선동하는 유튜버, 증권사 애널리스트,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입니다. 이들의 마케팅에 조급함을 느끼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반드시 우리는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각자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딥러닝으로 주가를 예측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