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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th Hyojin Nam Nov 15. 2023

소프트웨어를 의심하라.


우연히 하이브 수장인 방시혁 대표가 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로 한 말을 보게되었다. 



오늘 이 축사에서 어떤 말씀을 드릴까 고민하면서, 오늘의 저를 만든 에너지의 근원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화(火)’ 즉 ‘분노’였습니다.


여러분 저는 화를 많이 내는 사람입니다. 오늘의 빅히트가 있기까지 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분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분노하는 방시혁’이었습니다. 적당히 일하는 ‘무사 안일’에 분노했고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명으로, 타협없이 하루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달려왔습니다. 제가 태생적으로 그런 사람이기도 하지만, 음악으로 위로를 받고 감동을 느끼는 팬들과의 약속, 절대 배신할 수 없는 약속이었기에 그래왔습니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VFGQC2Q9Q



이 글을 보다가 문득, 


나에게 소프트웨어 품질을 검증하고 관리하는 직을 16년간 지속할 수 있었던 일의 에너지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발산적 사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여러 가지 해결책을 생각해 보는 것. 

어떤 정보에 대해 다양하고 폭넓은 탐색을 통해 문제에 대한 새로운 답변을 많이 생각해내는 능력.


의소증
또는 
Software Syndrome

                                          소프트웨어에 대한 불신앙.소프트웨어를 의심하다.




나름 재미있는 생각의 발상, 또는 생각 놀이였다. 


특히 '의소증'(아니면 의SW증 이라고 불러야할까?)을 떠올렸을 때는 기발한 생각이었지만 일에 대한 내가 가진 에너지의 근원을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의소증'은 존재하는 단어가 아니다.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잘 검증하고 관리하기위한 직업관을 생각했을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소프트웨어를 의심하는 자세"였다. 

이걸 쉽게 부를 수 있는 한 단어로 만들 수 없을까?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 떠올린 것이 '의처증, 의부증'이었고, 이걸 소프트웨어에 적용해 "의소증(소프트웨어를 의심하는 증상)"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보게 되었다. 

다만 의처증, 의부증은 근거가 없는 망상에서 비롯한 장애이지만 의소증은 QA의 직접적인 경험과 노하우, 소프트웨어 공학과 테스팅에 대한 기술적 지식을 기반으로 사실에 가까운 근거있는 의심을 한다는데 차이점이 있을 것이다.


일전에 작성한 '소프트웨어 테스트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요건과 자질' 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고 소프트웨어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들을 관통하는 해결책이 되는것이 바로 "의심"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같이 일하는 팀원이나 후배들에게 이런 류의 질문을 가끔씩 던질때가 있다. 

'테스트 전략이 뭐라고 생각하니?' 또는 '예를들어 국내에서 서비스중인 제품을 글로벌 국가로 확대할려고 할때 어떤 테스트 전략을 세울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의아한 답변을 들을 때가 있다.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제품과 동일한 스펙으로 서비스 국가만 확장된다라고 개발자가 확인해준다면 기존 기능 테스트를 제외하고 글로벌 국가에 해당되는 네트워크나 호환성 테스트 정도만 수행하도록 전략을 잡을 것이다.'

'테스트 수행을 위해 투입하는 인원을 누구로 할당해줄지는 모르겠지만 할당해주는 인원에 따라 테스트 전략을 고려해볼것이다.'


답변에서 이상한 부분을 느꼈는가?

이상함을 못느낄수 있을 것 같아 포인트를 줘보았다.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제품과 동일한 스펙으로 서비스 국가만 확장된다라고 개발자가 확인해준다면 기존 기능 테스트를 제외하고 글로벌 국가에 해당되는 네트워크나 호환성 테스트 정도만 수행하도록 전략을 잡을 것이다.'

'테스트 수행을 위해 투입하는 인원을 누구로 할당해줄지는 모르겠지만 할당해주는 인원에 따라 테스트 전략을 고려해볼것이다.'



전략을 수립하는 자가 다른 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그렇다는(or)된다는 가정하에" 전략을 잡는 위험성을 갖고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관리하는 직을 담당하는 이들은 모든 것을 의심해야한다. 

"잘 된다"는 가정하에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잘 되어야 하는 것들이 "잘 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두고 테스트를 설계해야한다. 

"잘 되지 않을 것"의 범위는 기획서나 고객 요구사항, 시스템 로직과 구성, 개발 구현(스크립트), 테스트 산출물, 프로젝트의 목적과 목표, 프로세스, 사람, 환경...하나의 제품을 만드는데 투입되는 모든 요소가 의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의심의 대상이 진짜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하기위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경로와 정보를 탐색하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여러가지 해결책과 문제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낼 수 있어야 한다. 

즉, A가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니 각 부서에서는 해결점을 찾아오라가 아니라, A에 대한 탐색의 결과로 사실적 근거를 제시하고 문제 발생의 위험성을 정량적 자료로 제시하며 문제의 (여러가지)해결방법까지 제안해야 하는 것이다. 



방시혁대표가 했던 말 중에서 아래 말은 QA로써 품질에 대한 소신과 신념으로 삼아도 좋을만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히 일하는 ‘무사 안일’에 분노했고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명으로, 타협없이 하루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달려왔다”

-“‘분노의 화신’ 방시혁처럼, 여러분도 분노하고, 맞서 싸우길 당부한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야 이 사회가 변화한다”

-“모든 것은 여러분 스스로에게 달려있음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소소한 일상의 싸움꾼이 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음악 산업에서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달려오는 동안에도, 제게는 분노해야 할 것들이 참 많았다. 이 산업이 처한 상황은 상식적이지 않았고 저는 그것들에 분노하고 불행했다.”

-"상식이 통하고, 음악 콘텐츠가 정당한 평가를 받는 그날까지 저 또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갈 겁니다. 격하게 분노하고,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면서 말이다”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명으로 '적당히 일하는 안일함에 분노'하고, '적당함에 타협하지 않으며', 품질위해 분노하고 맞서 싸우길 당부한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야 {품질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소프트웨어 테스트 전문가에 대한} 자세가 변화한다. 모든 것은 여러분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품질을 확보하고 지키기위한} 소소한 일상의 싸움꾼이 되는것도 나쁘지 않다. 


최고의 콘텐츠 {품질}을 제공하기 위한 테스터들의 노력에 비해 IT업계에서 우리가 처한 상황은 때론 상식적이지 않았고 그것들에 분노하고 불행했었다. {품질에 대한} 상식이 통하고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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