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 드디어 출발!

80일간의 유럽여행기

by 모모 Momo

"이 글은 17년도에 있었던 저의 개인적인 유럽 여행기입니다."



비행기 옆옆 자리 러시아 여성분은 한국말을 할 줄 알았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 첫 느낌은 ‘아 러시아 진짜 춥네…’였다. 공항철도를 타려고 했으나, 시간이 어긋나서 패스했다. 일단 유심을 사려고 공항 안에 있는 ‘Beeline’이라는 통신사에 갔다. 점원이 굉장히 친절했다. 만원에 30GB…꽤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모스크바와 상트까지의 일정을 생각하면 넉넉한 양일 것 같았다. 이제 데이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점원에게 너무 고마워서 같이 사진 찍자고 했고, 흔쾌히 받아주었다.

블라디보스톡 공항 (버스 기다리면서.../내부는 그리 넓지 않았던 것 같다.)


공항을 나오니 차가운 바람이 기분좋게 얼굴을 스쳤다. 작은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려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마침 비행기에서 눈인사를 했던 옆옆자리 러시아 여성분을 만났다. 그분께 내가 갈 숙소 위치를 보여주고 내가 탈 버스를 확인했다. (정말 감사합니다ㅜ) 107번 버스(스타렉스)가 왔고 큰 가방과 긴장된 마음을 부여잡고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약 50분 정도 고속도로를 달렸다. 가는 길에 창가에는 허허벌판만 보였다. 굉장히 쓸쓸한 분위기였다. 달리고 달려 블라디보스톡 역 앞에서 내렸다. 구글 지도를 보며 숙소를 찾고 있는 와중에 뒤에서 “숙소 찾으세요?” 라는 말이 들렸다. 자기도 그 숙소에 묵고 있다며 위치를 친절히 알려주셨다. 여기 온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고 했다. 그분 덕분에 헤맬 수 있었던 길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호스텔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떻게 보면 따뜻한 느낌? 어떻게 보면 어둑한 느낌..이리저리 둘러보며 리셉션 데스크쪽으로 걸어갔다. "헬로우?" 라고 그랬나 내가? 아무튼 가벼운 인사를 건네고 예약을 했다고 하자,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다. 출발 전 블로그에서 봤던 동일한 패턴이었다. '다행이다' 하는 순간 1800루블을 달라고 한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나는 510루블에 1박만 예약했는데...? 일단 더듬 더듬 “No, I reserved just 1 day.”라고 영어로 설명했다. 다행히도 바로 “Oh Sorry, It’s my mistake.”라며 자기 실수라고 했다. '아이고 처음부터 쉽지 않구나..' 하며 안내된 방으로 들어갔다. 6인실이었는데, 생각보다 비좁은 내부에 조금 실망했지만 침대 마다 커튼이 있는게 마음에 들었다. 나는 2층 침대의 2층을 예약했다. 올라가고 내려가는게 생각보다 불편했다. 1층 사람에게 뭔지 모를 미안함도 느꼈다. 안그래도 되는데.. 그날 이후로 나는 절대 2층 침대를 예약하지 않았다.

내가 묵었던 호스텔 IZBA (깔끔하고 친절했다.)

간단하게 짐을 풀고 저녁먹으러 나왔다. 어느새 블라디의 거리는 어두워져 있었다. 이제 뭔가 외국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저녁은 ‘포르투 프랑코’라는 음식점에서 해결했다. 러시아는 겨울이면 실내에 들어갈 때 외투를 맡기고 들어가는 것이 예절이다. 나 또한 내 외투를 직원에게 건네고 숫자가 적힌 작은 팻말을 받았다. 나갈때 다시 직원에게 그 팻말을 주면 외투를 받을 수 있다. 자리에 앉아서 전부터 먹고 싶었던 ‘샤슬릭’과 블로그에서 본 ‘보르쉬’라는 음식을 주문했다. 샤슬릭은 내가 예상한 맛이었다. 그냥 러시아에 왔으니까 샤슬릭이라는 걸 먹어봐야지..! 보르쉬는 한국의 김치찌개 같은 맛이라고 블로그에서 보았다. 내 입에 맞는 건지 안맞는건지 잘 모르겠다.ㅋㅋ 그래도 첫 식사는 나쁘지 않았다. 다시 외투를 받아서 기분좋게 식당을 나섰다. 너무 어두워져서 식당 근처만 조금 둘러보고 마트에 들러 물이랑 초콜릿을 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왼쪽부터) 외투를 맡기면 주는 번호표 / 보르쉬 / 샤슬릭

샤워하고 방에 들어오니, 한 커플이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뭔가 피하고 싶지 않았다.ㅋㅋ 눈인사를 했다. ‘Hi’ 나름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려고 엄청 노력했다.ㅋㅋㅋ 어떻게 하다보니 이야기를 조금 나누게 되었다. 스위스에서 온 커플이었다. 내가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유럽 갈거라고 했더니, 자기들은 오늘 그 기차타고 여기에 도착했다고 그랬다. 내가 이것저것 물어봤다. 마트에서 먹을 것들을 사서 타라고 했다. 내일 배를 타고 일본으로 간다고 했다. 한국도 가는지 물어봤는데 일본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정말 잠깐이었지만 이 대화가 긴장을 조금 풀어줬다. 나중에 한국에도 꼭 가보고 싶다고 그랬는데.. 왔다 갔을까..? 남자는 가구디자이너, 여자는 변호사였다. 자유롭게 여행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나도 저 사람들처럼 편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이번 여행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니 여행의 처음부터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내일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