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 러시아 사람들은 착하다

80일간의 유럽여행

by 모모 Momo

"이 글은 17년도에 있었던 저의 개인적인 유럽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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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났다. 6시쯤. 다시 잤다. 다시 일어났다. 9시쯤.
자리에서 핸드폰을 잠깐 하다가 샤워를 했다. 짐을 챙겨서 체크아웃 준비를 했다. 스위스 커플도 준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에게 “Are you ready?” 라고 물어온다. “Not yet” 준비를 다 마치고 나서 인사를 했다. “Good Luck” 나는 뭔가 고마운 마음에 우리 돈 50원을 선물로 건넸다. 그러자 그들은 나에게 스위스 동전 2프랑을 주었다. 감사 인사를 나누고, 먼저 나왔다. 기차 시간은 밤이었기에 호스텔에 나의 큰 배낭을 맡겼다. 이런 수화물 보관 서비스는 보통의 호스텔에서 모두 무료 혹은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매우 유용했다. 물론 귀중품은 본인이 소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위스 커플에게 받은 2프랑


러시아의 아침 공기는 생각보다 상쾌했고, 거리는 어제와 다르게 생동감 있어 보였다. 미리 검색해둔 ‘우흐뜨블린’이라는 유명 팬케잌 집으로 갔다. 다진 돼지고기, 햄치즈 두가지를 시켰다. 맛은 있는데,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힘겹게 다 먹고 해양공원을 둘러봤다. 여름이 아니라 블로그에서 본 것 처럼 그리 활기찬 분위기는 아니었다. 바다는 이뻤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산책을 했다. 거리가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우후뜨블린의 팬케이크!! (양이 꽤 많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근처에 영화관이 있어 들어가보았다. 오락실도 있고 자판기도 있었다. 자판기에서 짝퉁 이어팟을 발견했다. 190루블이었다. 나는 이미 이어폰이 2개가 있어 사지 않았다. 혁명광장, 굼백화점, 영원한 불꽃을 보고서 독수리 전망대로 향했다. 구글맵으로 보니 걸어갈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후회했다..ㅋㅋ 꽤 힘들었다. 가는 도중에 헷갈려서 지나가는 신사분께 도움을 요청했다. 정말 다행히도 영어를 하실줄 아는 분이었다. 신사분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도착을 했다. 사실 블라디 여행을 준비하면서 하도 인터넷, 티비, 책에서 본 모습이라 그리 큰 감흥은 없었다. 야경이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독수리 전망대 (날씨와 시간대가 아쉬웠다..ㅜ)


내려오는 길에 음악을 들으려고 이어폰을 찾았다. 이어폰이 사라졌다..????

아까 영화관에서 본 이어팟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르바트까지 다시 걸어가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버스를 타기 위해 검색을 했다. 확인차 지나가는 할머니께 몇번 버스를 타야하는지 여쭤보았다. ‘아르바트’와 ‘버스’라는 두 단어를 알아듣고 옆에 있는 젊은 남자에게 물으신 후 손가락으로 38번 버스를 타라고 하신다. 정말 감사하다..ㅎㅎㅎ 정류장까지 알려주셨다. 무려 가방에서 안경까지 꺼내 쓰시면서 길을 알려주셨다. 정말 감사합니다 할머니ㅜㅜ 마침내 38번 버스를 탔다. 공항에서 탔던 버스보다도 작다..게다가 만석..가운데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왔다. 손에는 동전을 꼭 쥐고 있었고, 배낭을 앞으로 메고 잔뜩 긴장한 채로 10여분여를 달려 도착했다. 21루블, 우리 돈으로 420원 정도? 굉장히 싸다. 좋은 체험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탔던 그 38번 버스.. / 블라디보스톡에는 오래된 한국 버스들이 많았다.


다시 이어폰을 사러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100루블을 넣을까 하다가 잔돈을 만들기 위해서 500루블을 넣었다. 키릴문자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눈치껏 버튼을 눌러가며 이어폰을 뽑았다. 이제 거스름돈을 받기 위해서 버튼을 막 눌렀다. 그러더니 동전이 나온다…오! 쉽네 ㅋㅋㅋㅋ...그런데 말입니다...

엥?? 110루블만 나왔다. 뭐지? 310루블 나와야 하는데..? 버튼을 다시 눌러도 나오지 않는다…영어로 된 안내문을 다시 자세히 읽어보니, 거스름돈은 110루블만 나온다는 것 같았다. 잘 이해는 안되지만..어쩔수없다. 이어폰을 하나더 뽑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이어폰이 3개가 되었다. 아몰랑 ㅋㅋㅋㅋㅋ


바로 그 영화관


저녁을 먹으러 ‘수프라’라는 조지아 식당을 찾았다. 이곳도 인터넷으로 찾아본 맛집이었다. ‘힝칼리’라는 조지아식 만두가 정말 맛났다. 계란빵은 너무 짰다. 송아지 고기 샤슬릭은 무난하며 굿이었다. 저녁을 먹고 ‘앨리스커피(해적커피)’에서 모히또 한잔 했다. 무알콜이었다. 러시아 스벅으로 불리는 카페였다. 맛도 있고 분위기도 굿. 블라디에서 제일 핫한 카페라고 한다. 짐을 찾기 전에 마트에 들러서 이것저것 기차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샀다. 빵을 사려고 보는데 유통기한이 걱정된다. 옆에 있던 러시아 청년에게 물어봤다. 번역기로 유통기한을 물어봤다.ㅋㅋㅋㅋㅋ 매우 친절히 알려준다. 이번에는 포크가 필요했다. 지나가는 청년들에게 물어봤는데,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였다. 때마침 옆의 남자분이 유창한 영어로 “May I help you?”라고 다가왔다…몇 초 후에 깜짝 놀랄만한 말을 나에게 건넸다…


힝칼리(조지아식 만두) / 계란빵??(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 송아지 샤슬릭
블라디보스톡의 스벅이라는 '해적커피'


“한국분이세요?” 라고 나에게 국적을 물었다. 정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분의 도움으로 포크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조금 있다가 횡단열차 타는데 이거면 충분하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더니 그 분께서 나에게 이거 샀냐? 저거 샀냐? 물었다. 티백이 필요하다면서 하나를 골라주셨다. 내가 조금 더 싼거는 없냐고 물었더니, 이거는 자기가 산다고 한다. 아니다 내가 사겠다고 하니, 이거는 선물이라고 한다. 여행의 시작부터 정말 선물과도 같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게 계산까지 도와주고 마트 앞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뭔가 선물을 주고 싶었다. 한국 돈 500원을 선물로 주었다. 그는 고맙다고 블라디보스톡 기념 주화를 나에게 주었다. 정말 고마운 인연이었다.


호스텔로 돌아와서 모든 짐을 챙겼다. 확실히 여행초반이고 마트에서 장까지 봐서 그런지 꽤 무거웠다. 그야말로 낑낑대면서 기차역까지 왔다. 러시아 기차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짐 검사를 해야했다. 잔뜩 긴장하면서 짐 검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예약 내역서와 티켓을 교환했다. 탑승 준비를 모두 마치고 대합실에 앉아 있었다. 티켓 한번 전광판 한번 왔다갔다 하며 쳐다보고있었다. 1시간이 지나자 꽤 많은 사람들이 대합실에 모였다. 내 옆자리에는 러시아 아이들이 단체로 모여있었다. 뭔가 말을 걸고 싶었다. 나에게는 꽤 큰 도전이었다. 구글맵을 보여주며 어디까지 가냐고 물었다. 영어와 번역기를 이용해 대화했다. 12살 초등학생들이었다. 처음에는 옆자리 아이와 대화하다가 나중에는 꽤 많은 아이들에 둘러싸이게 되었다. 도전이 성공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과 사진도 찍고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탑승에 필요한 티켓 / 위에서 두번째 기차가 내가 탈 기차이다 (22:45 출발!)
기차역에서 만난 러시아 초등학생 친구들


드디어 기차에 탑승했다. 나는 3등석열차의 맨 앞 자리 1층을 예약했다. 자리에 앉아 한 숨을 돌리고 짐을 정리하려는 찰나, 갑자기 “안녕하세요!” !? “한국분이세요??” “네. 안녕하세요.” 그러더니 친구를 불렀다. “우리 옆자리에 한국분이시다!” 22살 남자, 여자 친구였다. 둘다 모스크바까지 간다고 한다. 나에게 기차 출발 하기 전에 밖에서 사진을 찍자고 한다. 열차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들어왔다. 드디어 열차가 출발한다. 두 친구와는 내일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고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MP3를 꺼내 베란다프로젝트의 ‘Train’을 들었다. 가사가 내 상황과 매우 비슷했다.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벌써 새벽 4시다.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