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기도원의 음울한 가르침(1)

by SIEMPRE

기독교 신앙에 대한 가장 강렬했던 최초의 경험은 13살 때 경험이다. 교회의 중고등부 형들, 누나들을 따라 수원에 있는 모 기도원이라는 곳으로 여름 수련회를 가게 되었다. 물론 자의는 아니었다.


윤 모 목사님이 담임으로 있는 그곳은 그때 초라했던 우리 교회와는 비교가 되질 않는 곳이었다. 한국 기독교가 교회들의 성도 수를 세는 경향을 이때부터 접했는데, 당시 그 기도원의 모처가 되는 교회는 그 성도 수가 서너 자리를 웃돌았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 후 한동안은 교회의 성도의 수만큼 그 교회가 거룩하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비록 윤 목사님은 일부 설교 내용에 이단 혐의가 있다는 것 같지만, 어쨌든 그런 거룩해 보이는 성도 수 덕택에 그 곳은 어쩐지 범접하기 힘든 신비하고도 거룩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수련회는 4박 5일 씩이나 되었다. 사실 수학여행만 해도 그렇게 가면 마지막에 지치는데, 그 당시 나이로는 감당하기 힘든 기간을 전혀 친하지 않은 중고등부 형들과 지내며 수련회 생활을 한다는 것은 몹시 힘들고 가혹하고 지루한 일이었다. 예배는 무리 세 시간을 훌쩍 넘어섰다.


넓은 기도원 공간에서 다른 교회 사람들과 함께 의자도 없이 딱딱한 바닥에 오랜 시간 안아 있다가 찬양 시간이 되면 날뛰고, 또 이후에 기도 시간이 되면 흐느끼고 울부짖으며 서로 부둥켜안고 기도를 하게 된다. 그런 모든 분위기도 나에겐 보통 낯선 것이 아니었다. 그 전까지의 예배 방식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서너 시간 반복되는 설교의 분위기는 무시무시하고도 가혹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 끼어서 목사님이 들려주는 무시무시하고 역겨운 죄악의 모습들과 스산하고 참담한 지옥의 광경들을 듣는 건 어린 나이의 내가 감당해 내기엔 힘든 일이었다. 성경의 구체적인 서사가 신의 전지참조로부터 시작된다는 건 그 전부터 말았지만, 그 직후에 이어지는 시사란 인류의 끊임없는 죄악들, 즉 불순종과 살인, 성적 타락들이라는 건 그 때의 설교를 통해 알게 되었다. 물론 아담과 이브의 타락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이야기의 중요성을 깨달은 최초의 경험은 바로 이때가 아닌가 한다.


성경은 생각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가득 찬 것이 아님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참세기에서의 타락, 바벨탑 이야기, 야만적이고 잔인한 제사 방식들. 이해할 수 없는 고대인들의 습성, 끊임없이 반복되는 고대 국가들의 역겨운 살인과 약탈, 급기에서의 가혹한 시련, 이스라엘 민족의 멸망과 식민 지배, 예수의 고난, 핍박받고 죽는 사도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개되는 요한 계시록의 음울한 예언에 이르기 까지, 성경은 어두운 이야기로 가득했다.


성경과 성(性)의 관련성을 최초로 말게 된 것이 이 때이다. 사실 당시 고작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나는 십계명 중 일곱 번째 계명인 '간음하지 말라'라는 말을 그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순히 간음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몰랐기도 하고. 아직은 성과 관련된 그토록 많은 것들이 이끄는 인류사의 비극과 희극들을 이해할 수 없었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기도원에서 접한 간음에 대한 설교는 어쩌면 내가 최초로 받은 성과 관련된 교육이면서도 유독 강렬하게 가슴을 전율케 하는 가르침이었다. 학교에서 의례적으로 받는 성교육에서는 그저 온건한 분위기 속에서 지나치게 일반적이고 당연한 몇 가지만 이야기될 뿐 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듯, 성교육 자체가 성에 대해 지나치게 부끄러워하고 감추러 들다보니 도무지 성의 본모습에 대해 알기 어려웠다. 그와 다르게 그 곳 어둡고 웅장한 기도원에서 들은 간음에 대한 설교는 한층 더 구체적이고 파괴적이었다. 그 파괴적임은 급진적인 성적 자유가 아닌 그 반대편의 목소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난 그전까지만 해도 엄마 주머니는 뒤져서 훔친 돈으로 게임CD 샀던 게 너무나 끔찍한 죄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죄악을 저지른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그러나 윤 목사님은 그 수많은 청중 앞에서 간음이야 말로 살인보다도 더 무서운 최악의 죄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어두운 성욕과, 난잡하고 타락한 현실, 기이하고도 수치스러운 성벽들. 그리고 그러한 죄악의 결과로 받게 될 끔찍하고 잔혹한 형벌에 대해 설교했다. 목사님의 말에 따르면 간음하여 지옥에 떨어진 이들은 커다란 쇠꼬쟁이에 온 창자와 내장이 끊임없이 꼬이고 뒤틀리는 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그 벌은 너무나도 고통스럽기에, 죄인은 비명조차도 지를 수가 없다. 그렇게 내가 최초로 전율한 성의 이미지는 음울함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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