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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MPRE Feb 14. 2021

[에세이] 그날의 쥬뗌므

프랑스인 펜판친구와 만나다

서울 말고 내 고향에도 꼭 오라고 했다. 고향을 보여주겠다며 바다를 보여주러 갔다. 광안리로 가는 긴긴 시간 버스에 홀로 앉혀 놓고 곁에서서 바라보니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묶어온 머리가 어딘가 이질적이었다.

알듯 모를 듯한, 사실 거의 대부분 알아 듣지 못한 불어로 재잘재잘 해맑게 떠들다가, 내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을 보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씩 웃는다. 그리곤 폰을 빼앗아 구글 번역기에다 뭐라고 열심히 쓰기 시작한다.

내가 쓰는 불어가 정말 형편없고 바보 같지만, 이토록 노력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고 할 때가 좋았다. 사실 본인도 다르지 않았다. 자기도 한글을 읽을 수 있다며 '남포역'을 또박또박 읽는다. 칭찬해주고 싶었지만 칭찬하는 표현을 몰랐다.


손을 잡고 걸으며, 종종 친구와 찾아가서 서성이던 그 바다가 그만큼 멀고 낯설게 느껴진 적은 없다고 느꼈다.

가난한 나에게 손수 그린 그림 편지를 바다 건너 보내온 귀여운 프랑스 여자친구에게 고향 바다를 보여줄 수 있어 기뻤다. 떠나는 길에 쑥쓰럼이 많은 나는 아마 기대했을 비쥬조차 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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