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7. 아무도 모르게 꿈꾸는 밤
밤은 어두워서 좋은 것이다.
모든 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만큼 그 안엔 무한한 가능성이 담겨 있다.
나는 그런 밤을 좋아한다.
조용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작은 꿈을 꿀 수 있는 시간.
사람들은 말한다.
이루지 못할 꿈은 허상이라고.
현실적인 계획이 중요하다고.
그래서 우리는 점점 조심스럽게 꿈꾸게 된다.
꿈은 자꾸만 작아지고, 결국엔 아예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라지는 꿈은 아니라고.
꿈은 말보다 먼저 마음 안에서 시작된다.
나는 가끔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을 꿈꾼다.
예를 들면, 다음 계절엔 혼자 기차를 타고 떠나는 일.
좋아하는 책을 끝까지 다 읽는 일.
아무도 모르게 일기장을 가득 채우는 일.
그런 꿈은 누가 듣기엔 시시할지 몰라도 내겐 충분히 소중하다.
작다고 해서 꿈이 아닌 건 아니다.
살다 보면 꿈을 말하는 것조차 눈치가 보일 때가 있다.
“지금 그런 생각할 때야?”
“현실을 봐.”
“꿈만 꾸고 있으니 그렇지.”
그 말들 앞에서 나는 침묵을 배웠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나만의 언어로 조용히 꿈을 지었다.
마치 밤하늘에 별이 하나씩 뜨듯이.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진짜 꿈은 어둠 속에서 더 반짝인다.
나는 오늘도 잠들기 전에 작은 마음을 꺼내어 본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내 안의 작은 바람들.
그건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게 아니다.
그저 스스로를 놓지 않기 위한 신호 같은 것.
“아직도 나 안엔 무언가를 바라보는 마음이 있구나.”
그 마음 하나로 나는 하루를 버텨낸다.
꿈은 원래 작고, 조용하고, 은밀하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것.
마치 자기만 아는 비밀처럼.
마치 속삭이듯 살아가는 이유처럼.
그래서 나는 아무도 모르게 꿈을 꾼다.
그 누구의 기준도 닿지 않는 가장 나다운 모양으로.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꿈이라도 나 자신이 지켜줄 수 있다면
그건 충분히 가치 있다.
밤이 깊어질수록 나는 더 많이 꿈꾼다.
더 솔직하게, 더 조용하게.
내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무언가를 기다리고, 바라고, 상상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아무도 모르게 꿈꾸는 밤.
그 밤이 내일을 살아갈 나에게 가장 따뜻한 숨을 불어넣어준다.
불 꺼진 방 안에서 나는 작게 웃는다.
말하지 않아도, 적지 않아도, 내 안의 무언가는 조용히 자라고 있으니까.
조용히 피워낸 꿈은 아침이 와도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