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면의 나

Chapter 18. 나를 지키는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by SYKim

사람 사이엔 ‘적당한 거리’라는 게 있다.

너무 가까우면 숨이 막히고, 너무 멀면 마음이 닿지 않는다.

나는 늘 그 거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계속 조절하고, 후회하고,

다시 돌아서기를 반복한다.

어느 순간 이해받고 싶은 마음보다 무너지지 않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그래서 점점 거리를 두게 되었다.


나는 생각했다.

“사람들과의 거리는 곧 나를 지키는 울타리다.”

그 울타리를 너무 낮게 세우면 타인의 말과 감정이 쉽게 넘나든다.

나는 휘청이고, 그들의 무게에 내가 깔리기도 한다.

반대로 너무 높고 단단하게 세우면 안으로 들어오는 빛조차 막혀버린다.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는 외로움 속에서 나는 점점 무뎌진다.

그러니 결국, 거리의 핵심은 ‘균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내 중심까지 걸어 들어온다.

장벽도, 허락도 없이.

그리고 내가 불편해할 때쯤 그들은 말한다.

“왜 이렇게 예민해?”

“나는 그냥 편하게 대하는 거야.”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너무 좁았나 봐.”

하지만 돌아서면 알게 된다.

그건 예민함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경계였다는 걸.


내가 나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거리를 다시 설계했다.

모든 사람을 가까이 두지 않아도 괜찮았다.

어떤 관계는 멀리 있을 때 더 편했고, 어떤 감정은 선을 그어야 오래 갔다.

나는 그걸 뒤늦게 배웠다.

나를 지키기 위한 거리 두기는 결코 이기적인 일이 아니다.

그건 오히려 나도, 너도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물론, 때로는 거리를 둔다는 것에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내가 너무 차갑나?’ ‘이러다 모두 떠나가는 건 아닐까?’

하지만 나는 안다.

진짜로 나를 아끼는 사람은 내가 거리를 두었을 때

그 이유를 묻기보다 그 이유를 이해해주는 사람이다.

침범하지 않고, 무관심하지도 않은 거리.

그 중간 어딘가.

그곳에 있는 사람이 진짜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제는 거리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본다.

예전엔 ‘막기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지키기 위한 것’이다.

거리를 잘 만든다는 건 내 마음에 출입구를 하나쯤 만들어두는 일이다.

닫고 싶을 땐 닫고, 열고 싶을 땐 열 수 있도록.

그 출입구의 주인은 오롯이 나다.


나를 지킨다는 건 모든 관계에서 도망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어디까지가 괜찮은지 스스로 계속 묻는 것이다.

가까워질수록 나를 잃는 기분이 든다면 조금 멀어지는 용기도 필요하다.

나를 위해 그은 선은 타인을 밀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로 남기 위한 것이다.


오늘도 나는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 애쓴다.

가끔은 가까워지고, 가끔은 물러나면서 내 마음을 조율한다.

그건 불편함이 아니라 성장이다.

나도, 너도 무너지지 않기 위한 가장 부드러운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