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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슬기 Jan 03. 2022

글쓰기와 6펜스

글럼프가 왔고, 저는 필명을 바꿀겁니다!

브런치 한 달 후기


브런치에 몸 담게 된 것이, 거의 한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느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제 문체가 좀 많이 공격적이더군요. 이곳에서 글 쓰시는 분들은 대부분 카푸치노 같은 매력을 갖고 계십니다. 제 원래 글쓰기 스타일은 아메리카노 쓰리샷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좀 씁니다. 그런 제 스타일도 브런치를 하면서 많이 톤 다운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은 읽는 사람을 배려해야 하니까요. 누구에게나 좋은 글, 마냥 따뜻한 글만 쓸 수는 없겠지만 표현의 절제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그러면서도 제 스타일을 고수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필명의 탄생


필명은 제 동생과 함께 만든 것입니다. 제 동생은 저와 3살 차이가 나는데도, 생각하는 건 비슷비슷합니다. 그녀가 저보다 더 어른스럽습니다. 저보다 감수성이 훨씬 풍부하고, 사려 깊은 사람입니다.

아무튼 저는 그녀와 달걀을 삶아 먹다가, 문득 필명을 떠올렸습니다. '어때?'라고 제가 묻자, 그녀가 '괜찮은 것 같은데? 이중적이잖아.'라고 말해줬습니다. 원래 이것은 소설 제목으로 쓰려던 것이었는데, 그냥 필명으로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소재만 떠오르고 어떤 이야기를 전개해나갈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나서요.


필명을 바꾸려는 이유


한 달만에 저는 동생과 아빠와 함께 달걀을 삶아 먹었습니다. 저와 아빠가 두 개를, 동생이 세 개를 먹었습니다. 동생은 달걀을 먹다가 사레들렸습니다. 기침을 거의 30초가 넘도록 해댔습니다. 좀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니까 물이랑 같이 먹지···. 사실 삶은 달걀은 물에 소금을 넣고, 물이 끓을 때 넣어서 8분 정도만 삶으면 노른자가 퍽퍽하지 않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제 나름의 꿀팁인데 이미 많이들 아실 것 같네요.


결론은 필명을 바꾸려는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그냥 제가 바꾸고 싶어 졌습니다. 좀 변덕스러운 결정이긴 하지만, 제 본명과 비슷한 것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사실 무의식적인 이유가 있는데, 글로 쓰려니 어렵네요. 그냥 변덕스러운 젊은이구나,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작가명은 한 달에 한 번씩만 바꿀 수 있더군요. 그런데 요번에 바꾸면 앞으로 바꿀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굳이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


사실 얼마 전에 조금 슬픈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작가님이 브런치를 떠나셨습니다.(계정 폭파) 근데 이유 없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셔서 조금 많이 슬펐습니다. 저는 처음에 제가 차단당한 건가? (사실 차단당할 이유는 없었는데 괜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싶었는데, 제 동생 계정으로 들어가도 안 보이시더라고요. 왠지 짝사랑한테 고백도 못해보고 차인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가님께서 떠나시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애독자로서 조금 슬펐습니다. 그래도 저는 팬이니까 그분의 결정을 존중할 것입니다. 언젠가는 작가님의 글을 다시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그래서, 이곳에는 제 글을 정말 읽어주시는 분들도 계실 거고, (만약 그렇다면 진짜 감사드립니다) 그냥 구독만 해주시는 분들도 분명 계시겠지만, 제가 필명을 바꾼다는 말을 안 하고 막 바꾸는 건 독자분들께 매너가 아니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독자분이 1명이었더라도 이 글을 썼을 것입니다.

제가 필명을 바꾼다는 이유로 떠나셔도 괜찮습니다. 예전에 어떤 작가의 필명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떠난 팬 분을 본 적 있는데, 너무하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듭니다. 그것이 그 작가를 좋아하게 된 이유일 수도 있잖아요. 제 필명이 좋다고 칭찬해주신 작가님들이 계셨었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뭘 쓸 것인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라고 소감을 발표하시던 봉준호 감독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누구에게나 글 럼프가 온다는데, 저는 뭐 글도 얼마 안 써놓고 글 럼프가 와서 몹시 당황스럽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졌습니다. 창 두 개를 열어놓고 글도 썼다가 소설도 썼다가 취업준비도 했다가, 그러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 역시, 저의 몫일 것입니다. 누구도 이 과정을 도와주지 않겠죠. 이 정체기를 발판 삼아 도약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렇게 많은 경험을 했던 것도 아니고, 결핍으로 똘똘 뭉친 사람입니다만 이런 것도 소재가 될 수 있다면 써보려고 합니다. 글감이 끝없이 나오시는 분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글쓰기와 6펜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얼마 전에 다시 읽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모델은 '폴 고갱'이라는 화가인데, 그림을 그리겠다고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쳐두고 그림만 그렸습니다. 나중에 결국 성공하긴 했는데···. 전에는 이 이야기를 읽고 '열심히 하더니 결국 됐어! 멋있어!'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마냥 달(이상)만 바라볼 수 없게 된 지금은, 주인공이 무모하고 터무니없다는 생각뿐입니다. 제 상황에 따라서 글이 다르게 읽힌다는 게 신기하네요.


제 삶의 한편에는 '글쓰기'가 있고, 고개를 돌리면 제 눈앞의 현실인 6펜스가 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자리마저 현실인데, 저는 도무지 제가 현실에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때로 받습니다. 저는 얼마 전 막 학기를 마무리했고, 이제 완벽한 취준생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제게 '어릴 때 많이 도전해봐.' '하고 싶은 걸 많이 해봐.'라고 이야기하지만, 몇 달 사이에 제 주변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엄마는 아프시고, 아빠의 정년퇴직은 얼마 안 남으셨죠. 저는 하루빨리 어느 자리든 좋으니 취직을 하고 싶습니다. 곧 다가올 정년퇴직으로 마음이 복잡하실 부모님한테, 별로 걱정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짐짝이 되는 것 같아서, 그냥 빨리 취직하고 독립해버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런 마음뿐입니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놓을 수 없는 것이 제 딜레마입니다. 한동안은 많이, 자주 이곳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꾸준히 쓰려고 노력할 겁니다. 가능하다면 잠을 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이곳에 오고 싶은데, 체력을 더 비축해 놔야 할 것 같아요. 이 글럼프도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글이 제게 쉼표이자, 새로운 첫장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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