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간다. 8월 7일은 입추라고 한다. 입동이든 입춘이든 그렇게 춥거나 따뜻한 적이 없으니 입추라고 해서 다를 건 없을 것이다. 여전히 더울 테지.
오늘은 무한리필 집에서 고기를 먹었다. 얼마 전엔 친구를 만나 비건 지향에 대해 대화했는데 거하게 고기를 먹었다. 솔직히 고기는 맛있다. 맛있는 고기에 대해 생각하다가 평생을 먹이가 되기 위해 살아가는 소와 돼지와 닭의 생을 생각하면 또 다른 마음이 든다. 과연 지능 수준의 낮음과 언어소통의 부재가 그들의 열등함을 말해주는 걸까? 사실 그런 건 아니다. 그들이 결코 열등해서 우리가 그들을 먹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과 무관하게 단순히 먹이 사슬 때문이다. 사자는 가젤을 먹으면서 그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그저 살기 위해 먹을 뿐이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 사자가 가젤에게 먹이로서 그의 삶에 경의를 표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중학교 사회시간에 보신탕을 먹는 걸로 한바탕 논쟁이 있었다. 우리 반에 소위 나대는 애들이 참 많았는데 그 녀석은 강아지를 키웠다. 보신탕 먹는 것들이 참 이해가 안 된다고 그렇게 사회시간에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주변 애들도 그 말에 동조했다. 귀여운 강아지를 먹다니 그런 건 야만인이나 하는 짓이라고 했다. 놀라운 건 그 녀석이 그렇게 말해놓고 돼지고기는 신나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는 것이다. 참으로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가서 물어보고 싶었다. 도대체 개는 안되고 돼지는 되는 이유가 뭔데? 나는 내성적이었다. 그래서 속으로 그 아이가 조금 바보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가끔 그렇게 자기 행동이 모순적인지 모르고 내뱉는 아이들을 보면 속이 살짝 뒤틀렸다. 그렇다면 나는? 나도 거울을 보고 가끔 속이 뒤틀렸다.
하나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신탕 먹기를 반대할 거라면 돼지고기도 먹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개는 우리가 키우는 동물이기 때문이라 안 되는 거고. 돼지는 애완용으로 기르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먹어도 된다는 건가. 자신들이 세워 놓은 기준에 따라 작위적으로 선과 악을 가리려고 하는 걸 정말 정의라고 생각하는 걸까. 정의에 대해 나는 잘 모르지만 그게 모순적이라는 것쯤은 바보인 나조차 쉽게 알 수 있다.
그렇게 강아지에겐 관대하면서 수업시간에 지유에게 쓰레기를 던졌던 그 녀석의 SNS를 오늘 우연히 구경하게 되었다.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려는 것인지 진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건지.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보기에 그 녀석은 진짜로 행복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