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다운 곳으로 돌아오는 시간
요즘은,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무사히 마친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토닥이고 싶어진다.
어떤 날은 작은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툭 하고 무너지고,
별일 아닌 일에도 내 안의 자존감이 바닥에 닿을 만큼 내려앉는다.
열심히 해도 티가 나지 않을 때,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때,
문득문득 ‘나는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릴까’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다 지친 마음으로 퇴근길에 오르면,
몸보다 마음이 더 퍽퍽하다고 느껴지는 날들이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두운 마음에 불이 켜지는 것처럼
집 안의 익숙한 풍경이 나를 반긴다.
“엄마~”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
"왔어?" 남편이 툭 건네는 한 마디,
따뜻한 냄새가 나는 부엌,
아무렇지 않게 안겨오는 딸아이의 품.
그 누구도 "오늘 어땠어?" 하고 묻진 않지만,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내게 말해주는 것만 같다.
“오늘도 수고했어. 여긴 너를 위한 자리야.”
가족이 주는 힘은 거창하지 않다.
조언도 위로도 없는 평범한 일상인데,
그 안에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숨통이 숨어 있다.
밖에선 쉽게 지치고,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이 상할 때가 많지만
이 집에서만큼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나로서 충분하다는 안도감이 든다.
무너져도 되는 공간이 있다는 건,
결국 다시 나설 수 있다는 의미.
가끔은 내가 바라는 ‘행복’이 거창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이런 하루의 끝,
밥 냄새, 익숙한 얼굴, 조용한 웃음…
그 모든 게 나를 단단히 붙잡아주는 힘이 되어주니까.
그래서 요즘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지금, 이 공간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언젠가 우리 아이들도
세상에서 지치고 무너졌을 때
이 집으로 돌아와 다시 숨을 고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엄마와 아빠와 함께했던 이 집은,
언제나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해주는
가장 따뜻한 안식처였다.”
그렇게 기억될 수 있다면,
그걸로 나는
충분히 감사한 삶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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