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하루를 버텼다.
엄마는 병원에 계시고, 나는 병원에 가지 못하는 시간 내내 마음이 붙잡힌다
아빠는 혼자 계시는데 끼니는 챙겨 드실까, 세탁기는 잘 돌리실까,
그런 생각만으로도 죄책감이 쌓인다.
그런데 정작 나는 다 챙기지도 못한다.
머릿속에서는 “해야 한다”는 말이 끊임없이 울리지만,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것 같고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자꾸 여기저기가 아프다.
집에 돌아오면 딸이 방학인데 혼자 지낸 흔적이 남아 있다.
미안한 마음이 또 한 겹 더해진다.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집안일을 하다가 지친 기색이 역력하고, 결국 짜증으로 돌아온다.
나 역시 피곤한데 서로를 위로하기는커녕, 짐만 더 얹는 것 같다.
회사에서는 더 지친다.
끝없는 일,일 일,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 정신을 붙잡기 힘들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일이 줄지 않는다.
성과는 보이지 않고, 내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그냥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취급된다.
내가 쏟은 시간과 마음이 물 위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가라앉아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 기분이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이 쓸모없는 톱니바퀴 같아 느껴진다.
대체 내가 왜 이렇게 달리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버티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절망감이 목까지 차오른다.
그러다 문득, 그냥 이 기차에서 내려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스친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기차에서.
하지만 내리면 그다음은?
끝일까, 아니면 더 깊은 어둠일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만 맴돈다.
그 생각이 나를 더 무겁게 짓누른다.
나는 오늘도 스스로를 탓한다.
내가 게으른 건 아닐까,
내가 더 잘했다면 가족이 이렇게 지치지 않았을까,
회사에서 더 인정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나를 의심하다 보면 무력감이 나를 완전히 삼킨다.
아무리 애써도 변화가 없는 현실,
아무도 모르는 내 노고,
그 속에서 나는 점점 작아지고 사라져가는 기분이다.
그래도 오늘을 이렇게 기록한다.
변명하지 않고, 다독이지도 않고,
그냥 내가 느낀 그대로. 무너져 가는 내 마음과,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지금의 나를 남겨둔다.
언젠가 이 기록이, 내가 끝까지 살아냈다는 흔적이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