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결혼생활>이라는 말의 무게

by sssoy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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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결혼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내가 살아온 시간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연휴에 짬을 내 읽은 임경선의 「평범한 결혼생활」이 그랬다.

나는 그녀의 열렬한 독자는 아니다.
그런데도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늘 멈칫하게 된다.


새롭다기보다
어딘가 너무 익숙해서.

내가 마음속에만 두었던 생각을
누군가 먼저 문장으로 정리해 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나는 그녀를 특별히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실은 애써 부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또 찾아 읽게 된다.

낯설어서가 아니라
너무 '나'같은, 어떤 지점들 때문에.



올해 초, 시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무릎 수술을 하셨다.
거동이 불편해지신 덕에 끝이 보이지 않는 간병이 시작됐고
천만 원이라는 큰 돈이 아무 예고 없이 삶에서 빠져나갔다.


예전의(어렸던) 나라면
마음이 먼저 뒤집혔을 것이다.
우리 형편도 넉넉하지 않은데
왜 이런 지출은 늘 갑자기 생기는 걸까,
왜 나는 이걸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했던 시간이 분명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아프시면서도 계속 미안해하시는 어머님이 안쓰러웠고,
병실 의자에 말없이 앉은 남편의 등을 보며
그저 마음이 조용해졌다.


내 인생의 길고 어려운 시간을 묵묵히, 그리고 당연하게 함께 지나주는 사람이라는 걸
그때 문득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았다.


달라진 건 상황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의 방향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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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니
남편도, 나도 늙어가고
어머님도 더 늙어가고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각자의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흘러가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한 집 안에서 함께 지나고 있다.


예전에는 결혼생활이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낀다.


결혼은
서로의 인생을 함께 걸어주는 일에 더 가깝다.


기쁜 일도 함께 겪지만
예상하지 못한 비용도 함께 감당하고
갑작스러운 병도 함께 지나고
누군가의 노쇠함도 함께 받아들이는 것.


그 모든 시간이 쌓여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결혼생활을 만든다.
그리고 그 평범함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삶을 조금씩 대신 들어주며 살아간다.


언젠가 더 시간이 흐르고
지금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결혼생활을 돌아보게 된다면


아마 나는
특별히 행복했던 날보다
이렇게 묵묵히 함께 지나왔던 시간들을 더 또렷하게 기억할 것 같다.


결혼생활이란
결국 그런 것 아닐까.


서로의 인생이 버거워지는 날에도
혼자 두지 않고
끝까지 같은 방향으로 걸어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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