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나간 감정들> 1

어디까지 감정에 솔직해도 될까

by sssoyyy

나는 종종, 이유 없이 슬프다.

아니, 이유는 항상 있다. 너무 사소하고 보잘것 없어 이유라고 하기도 부끄러울 뿐이지.


아침에 눈을 뜨기 전부터 가슴이 울렁거리고, 머리를 감다가 숨이 차고,

아이의 물컵을 씻다가 결국 눈물이 흘러버리고 만다.


'대체 뭐가 이렇게 슬픈걸까?'


자책같은 질문이 떠오르고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감정이 '과하다'고 느껴져 나를 더 아프게 찌른다.


나보다 힘들고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고, 적어도 지금 나는 괜찮으니까.

그러니 슬퍼야 하는 이유는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다.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남편이 슬쩍 다가와서 묻는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예전엔 눈치도 없이 기복 심한 내 감정을 늘 놓치고 알아주지 못하는 남편을

야속해하며 원망할때도 많았었는데,

이젠 애써 숨긴 마음을 굳이 알은 척하며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남편의 말에

갑자기 더 서러워진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자꾸자꾸 무겁게 가라앉는 마음이 부끄러워지는, 이상한 죄책감.


눈물을 참으려고 입술을 깨물고 고개만 젓는 나를

말없이 안아주는 남자의 품에서 그냥 좀 울어버리고 나니,

무겁던 마음도 복잡하던 머리도 조금 가벼워진다.



어쩌면 나는

늘 자주 웃고, 잘 견디고, 잘 참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욕심과

어른스럽고 괜찮은 사람으로 기억되고싶은 강박에

늘 감정을 내보이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타인들과 보내면서

매사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진짜 괜찮은 척 하다보니


진짜 감정을,

불안하고, 걱정되고, 슬퍼지는 감정들을

나도 모르게 쌓아두었다가 어느 순간 흘러넘쳐버리는 것 같다.



슬픔에도 크기 제한이 있는 듯 느껴질 때가 있다.
사소한 슬픔은 사소하니까 금방 잊어야 할 것 같고,
커다란 슬픔은 너무 무거워서 다른 사람에게는 짐이 될 것 같고.


하지만 "모든 감정을 허락받을 필요는 없다."


작아도, 크지 않아도, 다른사 람과 같지 않아도, 충분히 아플 수 있고,
그 감정은 아무도 대신 판단하지 못한다.


괜찮은 사람이 되기 전에,
나는 먼저, 언제든, 마음껏, 슬퍼도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