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나간 감정들> 2

“오늘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마음 한켠에선 여전히 무너지고 있었다.”

by sssoyyy
ratapan-anantawat-OGKknCRiJBU-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Ratapan Anantawat


평범한 하루였다.

기대했던 고과를 받지 못했고,

혹시나 기다렸던 인사발령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배려 대신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말들에 속이 쓰렸다.

그럼에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었기에, 그날은 또 그렇게 ‘평범한 날’이었다.


"뭐래? 괜찮아?"


기다렸던 소식과 기대했던 마음을 눈치챘던 동료의 걱정스러운 말에


"괜찮지. 안 괜찮으면 뭐, 어쩌겠어?

하하하. 어차피 기대도 안했고, 그렇게 될 거 알았는데 뭐.

괜찮아, 괜찮아."


그 말 말고, 다른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랐다.


‘사실 나 너무너무 실망스러워서 자꾸 속이 부글거려.’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괴로워.’


이런 말은 마흔이 넘은 어른이 하기엔 너무,

미숙하고 어린 것만 같으니까.


andrey-galloso-qw9wKzvmLsw-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Andrey Galloso

그렇게 괜찮다고 말하고 나니, 진짜로 아무도 내 마음을 묻지 않았다.

괜찮다 했으니까, 다들 그렇게 믿어버렸다.

그게 이상하게 서운했고, 더 외로웠다.


나는 종종, ‘괜찮아’라는 말이 나를 더 고립시킨다고 느낀다.

진짜 괜찮지 않을 때, 그 말을 반복하면 마음이 점점 단단하게 굳어가는 기분.

마음을 지키는 갑옷같지만, 사실은 진짜 나를 꽁꽁 숨겨버리는 장벽같은 말.



agustin-fernandez-zcCpLgOR7y0-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Agustin Fernandez


지금도 종종 그날을 떠올린다.
어설픈 괜찮다는 말로, 누군가의 다정함을 놓쳐버렸던 날.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았을까?

타인에 대한 습관적 배려가, 나를 더 아프고 외롭게 했던 게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나를 지나간 감정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