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마땅한 찌질이

오늘도 이렇게 살아버린 나

by 석영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자꾸만 내일에 쫓긴다.

오늘 내가 한 게 뭐였더라... 1시에 일어났고 밥 먹었고 음...


나도 잘 살고 싶지, 이렇게 살려던 건 아니었다.

나는 죽어 마땅한 사람이지만, 꾸역꾸역 마음을 억누르며 해답을 찾는 시늉이라도 해본다.

나 같은 인간을 위한 책은 없는 걸까.

죽. 어. 마. 땅. 한…

바로 연관 검색어에 책 제목 같은 것이 하나 뜬다.

어라, 보이 러브 소설이네. 무려 평점 9.9점? 오.


꿈을 꿨다.

지난달까지 다녔던 직장에서, 사장에게 그리고 직원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꿈이었다.

나도 참 많이 속상한가 보다. 왜 자꾸 꿈속에서 소리를 지를까.


오늘은 마지막 급여가 들어오는 날이다.

이 말은 곧, 내가 일을 쉰 지 열흘이 되었다는 뜻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아, 왜 인간은 일을 해야 하는가.

로또 1등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

내 생활비만 좀 어떻게 안 될까요?

또다시, 대상 없는 대상에게 빌어본다.

빌어먹을. 끄응.


어젯밤에는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어 이력서를 하나 넣었는데, 연락이 없다.

그곳에게는 내가 수준 미달인가 보다.

자책하며 산 적 없던 것 같은데, 요상스럽게도 요즘 마음이 자꾸 저릿저릿하다.

손가락으로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마도 올 초 그 일 때문인가 싶다.


이십 대에도 경험해 본 적 없었던 압박 면접.

그날의 나는 쓸모없어진 한 장의 고지서가 되어 찢기고 찢겼다.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고, 질문과 대답 사이엔 긴 공백도 있었다.

그들은 내가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아주 솔직하게 늘어뜨렸다.

그리고는 기계처럼 면접 결과는 내일 통보하겠다며 인사했다.


어차피 떨어진 거 뻔히 다 아는 마당에, 그럼 당신들이 원하는 인재상은 뭔뎁쇼??? 하고 싶은 말이나 다 토해내고 올까 하다가 꾹 참았다.


나이가 들어도 고쳐지지 않는 건 찌질함이구나.


그날의 떨림은 순진 반, 분노 반이 뒤섞였다.

그리고 그것은 미성숙한 나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번져나갔다.


그렇게, 오늘의 나는 죽어 마땅한 찌질이가 되어버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