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공포썰

귀신보다 떨어지는 주식이 더 무서운 법

by 석영

20대 내내 해봐야지 말만 하고, 결국 안 해본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주식이다.


남들은 주식이니 코인이니 얼마를 먹었다느니 저 쨌다느니 하는데,

나는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재테크 유튜브를 즐겨 봤으면서도

정작 주식은 시작하질 못했다.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주식 계좌 만들기도 귀찮아서였달까.


아, 한 가지 더.

주식으로 전 재산 날려 먹은 사람이 바로 내 주변에 있었기에 시작하기 쉽지 않았다.

바로 우리 아빠.


내 또래 중에서도 아빠가 주식으로 전 재산은 아니어도

크게 잃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야, 너희 아빠도?

야, 우리 아빠도.


아마도 IMF를 보낸 세대이기 때문이겠지.

주식은 어렸을 때부터 하면 망하는 거라고 머릿속에 각인돼서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30대가 되자 그 각인이 자연스럽게 희미해졌고,

첫 주식 계좌를 파게 되었다.


나는 주식을 시작하기 전에 규칙 하나를 정했다.

매그니피센트 7에 해당하는 주식만 매수할 것.

가장 잘나가는 것들이 가장 안전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엔비디아와 애플을 사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샀다.


단타를 쳐서 하루에 적게는 몇천 원, 많게는 몇만 원을 벌었다.

보름 내내 하루 종일 주식 창만 들여다봤다.

백수였던 나는 주식에 미쳐 좀비처럼 살았다.


미국 주식이라 새벽 내내 지켜봐야 했고,

오전에 잠을 자고 일어나 오후 내내 들여다보기를 반복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그 흐름을 지켜보는 건 굉장히… 재밌었다.

마치 초등학생 때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플래시 게임에 빠져

새벽 몰컴(몰래 컴퓨터)을 일삼던 중독자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나 어제 치킨값 범 ㅋ

주식 개꿀잼


하루는 날마다 큰 폭으로 오르는 어떤 한 주식이 눈에 띄었다.

종토방(종목토론방)에 들어가 쓰윽 스캔해 보니, 엔비디아 관련주다.

엔비디아가 오르니 얘도 날아가는 거구나.

딱 한 개만 사볼까?

매수.


한 2~3분 지났나?

떨어진다. 엄청난 속도로.

-5%, -10%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주식이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면 주식 창에 경고가 뜬다는 걸.

빨간 테두리가 번쩍번쩍했다.

지금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니 대피하시길 바란다고

경고하듯 외치는 것만 같았다.


이제 더 안 떨어지나 싶더니만, 다시 또 엄청난 속도로 떨어진다.

아, 이게 계단식 하락이구나.

-15%, -20%…


나는 바보같이 그 상황에서 복구해 보겠다고

사고팔고를 반복했다.


그날 새벽 내내 뇌가 차가웠고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왜 사람들이 투자 실패로 한강 다리에 올라서는지,

그 좌절감이 이해되는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보름 동안의 결실이 단 몇 시간 만에 날아가 버렸다.

전 재산을 잃은 듯한 절망감이 밀려왔다.

살면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종류의 공포감이었다.


그날, 어떤 여행 유튜브 채널을 틀어놨었는데

이후로 그 채널은 다시 안 본다. 그때의 감정이 살아나서.


아, 그리고

가장 무서운 사실은…


그 손절한 주식이,

3일 뒤 내가 처음 샀던 가격으로 복구됐다는 거다.


하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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