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정을 이루기 전까지는 살림이란 게 그저 집안일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집안일에 소질이 없고 적성도 안 맞아 10년째 제자리에 있는 기분이 드는 건 나뿐일까. 할 수 있는 요리는 더 간단 단순 미미해지고 청소나 정리의 디테일은 점점 떨어지고 이젠 다림질하는 옷이 거의 없다. 화장실 청소하는 법도 다시 찾아봐야 할 정도라니. 물론 가정 경제에도 시야가 어둡기까지. 보기엔 나쁘지 않을지라도 내가 체감하는 살림의 능력은 평균 이하다. 임신 출산 육아 임신 출산 육아 교육에 전념하느라 그랬다고 핑계를 대도 될까. 결국 게으름과 연결이 되어 부끄럽지만.
집에서 아기를 키우며 남편의 나머지 성장까지 지켜봐 오던 어느 날, 아! 이게 바로 살림이구나! 살림의 어원을 따로 찾진 않았다. 살림살이란 게 그저 보이는 집안일의 결과물 만이 아니라 같이 사는 존재를 살리는 정성 어린 행위라는 것. 결혼 10년 차에 나만의 정의를 내려 본다. 딸과 아들을 키우고 또 딸의 딸과 아들까지 키우신 시어머니도 그렇게 느끼셨단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 제일 어렵다고. 살리는 일이라 그렇다고.
어쩐지 집에만 있는데도 어깨가 무겁고,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들이 버겁게 느껴지더라니. 아이 둘 키우며 아찔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난다. 고비고비 넘어 또 언덕을 만날 때가 많았지. 집에서 살림하는 며느리는 이럴 때 어머니 마음과 하나가 되기도 한다.
아무리 해도 티 안 나던 살림이 살리는 일로 보이기 시작했으니, 앞으로의 우리들 이야기는 더 따뜻해지겠지. 이제는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서도 에너지를 아껴두기로 하며, 부족하지만 솔직한 생각을 적어둔다.
여름방학 중인 아들이 점심으로 탕짜면이 먹고 싶단다. 입맛 까다로운 딸은 떡국을. 못 이긴 척 시켜주고 내가 더 맛있게 먹는다. 가끔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먹여 살려주기도 한다. 코로나에 장마까지 온 여름방학, 즐겁게 해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으로 쌓인 피로가 살짝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