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은 노트북은 아들과 단짝이 되었다
삼시 세 끼의 저녁까지 먹이는 일을 마치고
브런치 글을 읽느라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옆 자리의 딸이 어느새 맞은편에 앉더니
하얀 종이를 가지고 와서 뭔가를 그린다
여느 때처럼 뭔가를 그리나보다 했는데
글 읽는 나를 유심히 보다가 종이를 향한다
요샌 그림을 손으로 가리고 그리기도 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브런치 글 읽기에 집중했다
씩 웃으며 내 얼굴을 봤다 그렸다를 반복하길래
뭔가 하고 아이의 그림으로 눈길을 돌렸다
머리를 묶고 앞치마를 두른 채 핸드폰을 보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으면서도 낯선 사람이다
고맙게도 실제 내 모습보다 분위기가 있어서
그림을 잘 마무리할 수 있게 계속 브런치를 했다
꽃이나 나무나 풍경 사진을 찍을 때마다
엄마 브런치에 올리려고 그러냐고 묻는다
어떤 걸 찍으라면서 브런치에 올리라고도 한다
밤에 동화책을 읽고 잠들기 전에
자기는 잘 테니 엄마는 브런치 하라고 한다
가끔 엄마 글을 읽거나 듣고 스르르 잠든다
일 년 이상 브런치를 할 수 있었던 건
가까이에 앙증맞은 지지자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만들고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딸이기에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를 이해해준다
창작의 기쁨을 알기에 서로 깊이 존중한다
아이의 그림과 그림 그리는 모습을 좋아하듯이
아이도 내 글과 글 쓰는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아이가 그려준 내 모습이 진짜 나일 것이다
브런치 먹던 엄마가 브런치 하는 엄마가 됐다
완벽하거나 훌륭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 주는 지지자가 있기에 오늘도 읽고 쓴다
다른 별에 사는 듯 모든 행동이 궁금하기만 한 아들도 큰 몫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