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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길 Nov 14. 2021

나오지 못한 말


말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면

어디로 갈까


달려 나오지 못하면

끌려 나오지도 못하면

거기 그대로 가만히

웅크려 있을까


전하지 못한 사랑의 말과

전할 수 없는 원망의 말과

이래저래 나오지 못한 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때그때 하면 됐을까

그때 아니면 좀 뒤에라도,

너무 멀리 와버린 다음엔

무슨 말을 꺼내야 할까


그렇게 나오지 못한 말들이

글이 되고 그림이 되고

노래가 되고 춤이 되는 걸까


본디 말은 주고받아야 제 맛인데

듣는 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기에

항상 들어주는 그곳에나 가서

조곤조곤 살갑게 전할까 싶다


나오지 못한  어느 날

하얀 미소 지으며 시원하게

달릴지도 모르니까



김점선  <Spring has 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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