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침묵

by 착길



조팝나무 이팝나무 꽃들이

흰밥과 국수처럼 빈 속을

쓸어주고 채워주었다


하얀 속뜰에 초록 물결 일렁이고

한 점 두 점 붉은 점들이 들어온다


한 송이 옆에 두 송이

두 송이 옆에 세 송이

하염없이 들어온다


가시가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가시를 품고 있지

특별한 무엇이 아니지

가시가 안 보인다

초록 위에 붉음 뿐이다


5월의 장미는 가시로 말하지 않는다

한 송이건 수백 송이건

오직 색으로 말한다


빛을 향해도 붉고

어둠을 품어도 붉다

하얀 속뜰에 들어온

장미는 말이 없다




5월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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