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자기만의 작은 숲을
하나 만들어 두는 게 좋겠구나 싶어 진다
나에겐 이미 작은 숲이 있다 그것도 도심에
희망이 생길 것만 같은 이름 그대로 '희망의숲'
몸과 마음이 갈 길을 잃은 때쯤 집 근처에 만들어진
숲이라고 하기엔 앙증맞은데 재미난 길들이 있고
네 잎 클로버가 유난히 많이 보였던 작은 공원
살짝 비탈진 땅을 깎고 다듬은 언덕배기
아름드리나무 곁에 우아한 벤치가 자리하고
그 아래 계단으로 총총 걸어 내려오면
둥근 원형의 무대 같은 곳이 기다린다
우주선을 기다리는 곳인 듯 살짝 높게 올라와서
조금 신성한 느낌까지 들어 나중에 여기에서
야외 결혼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했었다
무대 같은 동그란 중심에 서면 우주와
교신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공원이 처음 만들어지면 나무들도 아기 같다
꽃밭도 아기자기하고 길들도 매끈하고
벤치는 깨끗하게 비워진 채 누구든 기다린다
가진 것 없는 이가 언제든 걸어도 앉아도
기꺼이 자기를 내어주던 작은 숲
언덕을 내려오면 뜰 같은 정원 가장자리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턱 하니 서 있는데
꼭 토토로가 나올 것만 같다
마음이 시끄럽거나 몸이 무거울 때면 숲에 갔다
재미난 숲 길을 여기저기 걷다 돌아오면
마음은 고요해지고 몸은 가벼워졌다
한 3년이 될 무렵 벚나무들은 터널을 만들었고
땅에 적응 못한 나무는 그루터기가 되었다
해 질 녘 1호선 전철이 철커덕철커덕 지나가고
서쪽 하늘에 구름 떼가 해를 쫓아 움직일 때면
눈길이 그곳에 어둑해지도록 머물렀다
이름 그대로 희망의숲은 아무것도 없던 내게
희망의 씨앗을 심어 주었고 하루하루 자라나
작지만 울창한 숲이 되었다
첫눈이 내리니
눈이 오면 달려갔던 희망의숲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