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차와 도로는 무시무시한 괴물처럼
내 안에 자리 잡고서 근 20년 이상을 머물렀다
어스름한 저녁 희미한 빛도 사라진 그곳에서
방울토마토 덩굴을 부리려 경운기로 길을 건너는
그때 저 아래의 트럭은 전조등을 켜지 않았는지
경운기를 보지 못한 채 그대로 중심을 받아버렸다
저 멀리 아래 직선 도로에서 오르는 길인데
어찌 보지 못했을까 그리고 시골 포장도로에서
어찌 그리 속도를 내었을까 오늘 기능시험을
마치고 생각하니 비탈길을 오르려면 엑셀을 꾸욱
밟아줘야 오르고 계속 밟아야 더 오르는데
어찌 그 언덕의 중턱쯤에 그리 큰 충돌이 있었을까
그곳이 집 앞 언덕길 도로라서 항상 지나치는데
그 지점에서는 고개를 돌리고야 만다 지금까지도
너무너무 무서웠다 차와 도로가 나와 가족의
울타리와 지붕을 앗아간 것만 같아서 쭉 외면했다
그러다가 집에 콕 박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시기를 보내면서 더 이상
괴물에게 붙잡혀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데도 견디기 힘들었다
이젠 그 괴물을 물리치고 나아가고 싶었다
그때에 머물러 나를 붙잡고 움직일 수 없게 하는
괴물의 손을 뿌리치고 용기를 내야만 했다
가족을 잃어 직접 만나기 싫었던 차와 도로에
나와 가족을 위해 나가야 할 때임을 절감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 마음으로 임하는 중이다
중간쯤 오른 듯한데 일단 시작하고 보니
나아가는 건 학원과 약속한 시간에 달렸다
마음먹기까지 21년이 걸렸는데 도로에 나가는 건
한 달도 안 된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을 것
같은 오만함이 생기려 하지만 오늘만 누리련다
기능 교육 강사님이 아빠의 모습과 비슷해서
친근했고 그래서 더 잘 배웠고 그대로 했더니
무난히 통과했다 감사드린다
신나게 집으로 왔는데 아빠의 목소리와 눈빛과
활짝 웃는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갑자기 뚝뚝
눈물이 떨어진다 아들이 합격해서 그러냐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며 다 나올 때까지 흘린다 오늘따라
어린 시절 꼭 안고 빙 돌려주던 아빠가 몹시
그리워진다 이젠 무서워하지 말고 나아가라고
잘했다고 용기 잃지 말고 너를 믿고 지금처럼만
하라고 곁에서 말씀하시는 것만 같다 오늘 밤
꿈에라도 만나서 꼭 안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