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바다
한여름 불볕더위 지글지글할 땐
파란 바닷물에 퐁당퐁당 발 담그고
한겨울 최강 한파에 살얼음이 된
하얀 바다 위를 살살 슬슬 걷는다
아이들이 자고 있는 차 안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추억이 생기고
얼음바다 위에서 손 잡고 끌어주는
가족인지 연인인지 사람들이 아름답다
연인들의 사랑은 맑고 견고해지고
가족들의 사랑은 진하고 뜨거워진다
꼭 안아 감싸주는 품에 쏙 들어가고 싶은
처음 본 얼음바다 위에서 이국을 느낀다
춥고 맑은 날 오고 싶은 동막 해변에
같이 와준 이 사람을 꼭 안아주고 싶다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과 함께 하니
두통도 이 순간을 이기지 못한다
2018년 1월엔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서쪽 해안가 바닷물이 얼어버렸어요. 바다로 향하는 길의 강물도 물결 모양대로 얼어버렸고요. 무섭게도 추웠지만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했던 날이었어요. 생각지 못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발견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날도 두통이 심했나 봐요. 생활에 균형이 깨지거나 무리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두통이라 그러려니 하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세상만사 다 싫어지고 좋아하던 것들로도 두통을 없애지 못하는데요. 꼼짝 않고 싶지만 집 안에서 꿈틀대는 아이들을 감당하기 어려울 땐 무작정 차에 올라 타요.
안전벨트를 매고 주차장 출구를 나오면서 갈 곳을 궁리하기 시작하다가 남편과 같은 곳을 생각하면 그곳으로 목적지를 정하지요. 그렇게 우린 무작정 근거리 여행을 큰 아이 백일부터 시작한 것 같아요. 차에서는 세상 천사가 되기 때문이지요. 차의 엔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도 푹 자고 차에 있는 간식들을 만찬 삼아 행복한 표정으로 말하고 노래하는 소리를 1미터쯤 떨어져서 보고 들으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큰아이 혼자일 땐 옆에서 시중드느라 인고의 시간을 보냈는데요. 둘째가 합승하면서는 뒷자리에서 둘을 시중드느라 두 팔이 모자랄 정도로 고생이 극에 달했지요. 근거리 여행도 힐링이 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도 자라서 조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첫날의 자유로움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기념으로 셀카도 찍고 재잘재잘 떠들면서 남편과 둘만 있던 그때로 돌아간 듯했답니다. 그래서 우린 틈만 나면 차에 올라 타요. 운전병 출신에 자동차와 운전을 좋아하는 아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요.
코로나 있기 전과 달라지지 않은 우리 집 휴일 풍경이 바로 모두 차에 올라타는 거예요. 좀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목적지를 정할 틈 없이 무작정 시동을 거는 거죠. 코로나 시작 전에도 주로 목적지보다는 차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드라이브만 하는 요즘 여행이 부족하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이것도 아이들 덕분이라고 하면 너무 긍정인가요?
3년 전 겨울엔 두통을 안고 무작정 떠난 길에 겨울왕국 엘사의 손짓으로 얼려놓은 것 같은 얼음바다를 만났잖아요. 혹시나 신비로운 세상이 또 어디서 기다릴지 몰라 오늘도 무작정 차에 올라탑니다.
곧 강추위가 시작된다는 예보가 있어 걱정인데요. 마음 한 편은 뜻밖의 겨울왕국이 또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두근거리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