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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길 Dec 15. 2020

시작과 끝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해


다시 멈췄다.

한 해의 시작과 끝이 데칼코마니 같다.




1년 동안 아이들은 자랐고 어른들은 부쩍 나이 듦을 체감하고 그 사이 바이러스는 더 쑥쑥 자라나서 사라질 기미가 안 보인다. 코로나가 시작된 후로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으악~~ 하고 있는데...


확진자 문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는 가운데 지난주엔 백신을 85% 정도 확보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희망을 가져도 되는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최선으로 확보 중이라니 살짝 안심이 된다.  초와 말의 상황이 다르지 않을까 했는데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것도 꿈만 같으니 올해는 길면서도 찰나 같은 시간 안에 있는 기분이다.


2020년은 나에게 살짝이나마 자유를 허락해줄 것 같아 기대에 부풀어 지난해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큰 아이는 학교가 어떤 곳인 줄 알 1학년을 잘 마(입학하고 한 달만에 둘이 눈물 콧물 쏙 뺐지만ㅜㅜ) 친한 친구까지 같은 반이 되어 기분 좋게 2학년을 맞이 할 준비 중이었다. 그리고 작은 아이도 유치원 1학년을 적응하고 친구들과 추억도 많이 만들고 다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였다. 두 아이가 모두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기까지 엄마로서 보이지 않는 마음고생을 하였기에 음 해인 2020년에 대한 기대가 자연스레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편안한 두근거림을 만끽하려는 순간, 부푼 마음이 빵 터졌다.


코로나가 어찌 시작되었고 어떻게 유행하다가 잠잠해지면서 다시 확산되고 잡히려다 다시 유행하고 주춤하다 지금의 상황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지친다. 모두가 알고 모두가 겪고 있기에.


충격적인 상황이 시작되자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나는 속으로 미칠 지경이었다. 가파른 산을 오르다가 잠시 쉬려는데 짐도 못 챙기고 부랴부랴 다시 숨 가쁘게 올라야 하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정상이 어디인지 내리막길은 있는지 모를 험한 산을. 언제나 신나게 지내고만 싶은 아이들은 집 안에서 심심함을 참지 못하고 놀다가 다치기도 하고 그러다 혼나고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마음껏 뛰고 놀아야 하는 아이들을 집 안에 가둘 수밖에 없어 속으론 짠한데 겉으론 화가 났다. 마음과 말이 일치가 안 되니 어찌나 괴롭던지. 준비 없이 시작된 전쟁을 한 달 간은 최선을 다해 버텼지만 그 이후론 제정신 아닌 체 지내온 것 같다.


딱 그때쯤 발표된 앨범[MAP OF THE SOUL : 7]의 타이틀 ON.

박진감 넘치는 리듬 속에서 내 상황에 딱 맞는 노래 구절을 만났다.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해"

미치지 않을 수 없는 때에 날 미치지 않게 해 준 구절이다.

하이라이트는 정국이 애절하게 토해내는 부분이다.

"나의 고통이 있는 곳에 내가 숨 쉬게 하소서"

하염없이 들으며 미치지 않으려 아이들과 동화되어 놀아버렸다.

이게 음악, 노래의 힘 이리라.


또 넷플릭스에서 빨강머리 앤을 새롭게 만나기도 했고 브런치도 만나서 활동하게 되었다. 글을 읽고 쓰면서 두려웠던 것에 도전해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성장과 퇴행을 반복하면서 자라고 있고 여전히 작은 것들에 즐거워한다.




2020년의 시작과 끝의 겉모습은 비슷하나, 속에서는 미치지 않으려 새로운 것들에 미치면서 고통 안에서도 숨 쉴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2021년! 새롭게 떠오를 태양은 어느 해보다 밝고 찬란하고 따스하기를, 마스크 쓰고 비누로 씻은 두 손 모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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