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운전면허증을 들고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아이들의 안전띠는 습관처럼 체크한다
첫 주행을 온 가족이 흔쾌히 동행해준다
나를 너무 믿는 거 아니야
정작 내 안전띠는 뒷전인 초보인데
말 그대로 '초보' 딱 두 글자만 붙이고
심호흡 한 번 하고 도로에 들어선다
밀려오는 차들이 모두 나를 향한 듯하다
정신을 차리고 옆도 보고 앞을 본다
첫 길은 운전학원에서 시험 봤던 A코스로 정한다
이 코스는 연속으로 차선을 세 번 바꿔야 한다
자신 있게 차선을 바꾸려는데 계속 차들이 밀려온다
에잇, 차선 변경을 하지 않고 D코스로 바꾼다
그 길엔 어린이 보호구역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어린이들은 철저히 보호해야지
무난히 30킬로 이하로 언덕을 오른다
언덕 위에 오르니 노을이 번진다고 말하는 남편
서쪽 하늘 끝에 금빛 햇살이 눈부시다
노을을 쫓아다니며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나
운전석에서 보는 노을 맛이 색다르다, 이 맛이구나
연습했던 코스의 끝에 다다른다
이대로 마치기는 아쉬워지는데
다른 길도 가볼까?
이 길과 이어진 행주산성공원에 가고 싶어 진다
다행히 남편이 갈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준다
첫 코스 주행 후 벌써 나를 믿어버리네
나는 나를 못 믿겠는데
일단 계속 달린다
짧은 터널도 들어갔다 나오고 행주대교로 향한다
나에게 자유를 주고 평온을 주던 다리
내가 운전해서 한강 다리를 건너다니, 꺅~~~
대교에 근접하니 심장이 쿵쾅거린다, 악~~~
무슨 소리를 질러도 뭐라 하지 않는 아이들
덕분에 내가 운전석에서 한강을 가로지르고 있다
얼떨결에 차선도 바꾸고 무사히 건넌다
우리 집 힐링 음식점의 넓은 주차장에 도착한 뒤
차가 없는 목련 나무 아래에 멈춘다
솜털 보송한 겨울눈들이 반겨준다
땅에 뿌리내린 나무를 보니 마음이 놓인다
차에서 내리자 팔다리에 기운이 빠진다
집에 갈 때는 기꺼이 운전대를 넘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