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학아, 그만 좀 크리티컬 하겠니?

괌 간호학도 생존기

by 송림


괌에 온 지도 어느덧 일 년.

바닷바람을 맞으며 느긋하게 살 줄 알았는데, 내 일상은 사실상 미생물과의 전쟁 중이다. 실험실에서는 세균염색하고 기록하고, 교수님눈치 보고… 머릿속에서는 정신없이 미생물들이 파티를 벌인다.


“오늘도 못 외웠지?”

박테리아들이 속삭이고, 바이러스들은 뒤에서 킥킥 웃는다. 시험 문제를 보면 갑자기 머릿속에서 미생물들이 합창을 시작한다.


“자, 이제 크리티컬 하게 생각해 봐!”

… 아니, 미생물아, 나 단순 계산 하나 틀려도 충분히 크리티컬 한데, 왜 너까지 크리티컬을 강요하니?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머릿속에서는 성장곡선, 돌연변이, 연속희석배율 등이 마구 튀어나온다. 나는 펜을 쥐고 “제발 오늘만 쉬자!”라고 외치지만, 미생물들은 결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심지어 점심 먹으면서도 ‘너 지금 식사하고 있지만, 곧 시험이야’라고 귓속말을 한다.


그럼에도 웃긴 건, 이 싸움이 내 성장판을 살짝 눌러준다는 점이다. 시험 문제를 맞히면 작은 승리의 춤을 추고, 틀리면 현실과 미생물의 합작에 속으로 투덜대면서도 결국 배우게 된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실습을 하든, 시험지를 붙잡고 씨름을 하든, 나는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


미생물학아, 부탁이야. 오늘만이라도 너그럽게 굴어줘.

머릿속 박테리아들 좀 휴가 보내고, 나도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오늘은 살만하다’라고 느끼게 해 줘.


우리 좀 친해질 수 없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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