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부모님을 배운다

떨어져 있을 때야 비로소 보이는 마음의 결

by 송림


괌에 온 뒤로, 부모님과의 대화는 대부분 전화 속에서 이뤄진다.

화면 속 엄마는 여전히 웃고 계시지만,

그 웃음 사이로 흰머리가 조금 더 늘어난 걸 나는 안다.

아빠는 늘 “건강하고 행복하라”는 한마디뿐인데,

그 말 안에 담긴 걱정의 무게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예전엔 왜 그렇게 잔소리가 많을까 생각했는데,

이젠 그 잔소리가 ‘사랑의 언어’였다는 걸 안다.


부모님은 늘 나를 붙잡고 싶어 하셨지만,

그 방법을 부드럽게 표현할 줄은 모르셨다.

그래서 사랑은 때로는 명령처럼,

걱정은 잔소리처럼 들렸다.


멀리서 사는 지금,

그 모든 말이 결국 “나는 너를 믿는다”는 뜻이었다는 걸 안다.

그들은 나를 내보내면서도,

마음은 단 한 번도 손을 놓지 않았다.


밤이 길어지는 날이면,

엄마의 부엌에서 들리던 소리가 떠오른다.

그 소리는 나에게 언제나 ‘안심’의 소리였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나를 위한 리듬.


이제는 그 소리를 흉내 내보려 애쓴다.

불을 켜고, 밥을 짓고,

혼자서도 괜찮은 어른이 되려 노력한다.

하지만 여전히,

가끔은 누군가 나를 불러주는 목소리가 그립다.


부모님은 내게서 천천히 멀어지고,

나는 그들의 삶을 닮아간다.

이게 어른이 된다는 뜻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확실해지는 건 하나뿐이다.

멀어져도, 사랑은 여전히 현재형이라는 것.

이제는 그 사랑을 되돌려줄 차례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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