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1-2
칼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이라는 큰 주제의 포문을 19세기 문명을 떠받치고 있는 네 개의 제도가 가지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것으로 열었다. 이 네 개의 제도는 다름 아닌 세력 균형 체제, 국제 금본위제, 자기 조정 시장, 자유주의적 국가이다. 14장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장에 대한 논의에서 폴라니는 인간, 자연, 화폐의 허구적 상품화를 통해서, 자기 조정 시장이라는 이미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 망상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었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노동, 토지, 화폐가 가진 본래적 속성, 그리고 자기 조정 시장이 만들어낸 사회적 재앙들에 대해서 통렬히 비판한다.
칼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에서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그는 날카롭게 현실을 비판한다. 서양인의 의식을 구성하는 죽음, 자유, 사회에 대한 깨달음 중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사회에 대한 깨달음’이라는 부분을 분명히 한다. 사회의 발견을 통해 불가피하게 제한되게 될 자유가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그것은 자유의 종말이 아닌 재탄생이라고 해석한다. 폴라니의 사상 근간에는 로버트 오언으로 대표되는 공상적 사회주의가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오언에 대한 찬양은 ‘거대한 전환’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그의 사상의 뿌리가 무엇이었든 간에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는 ‘체념은 항상 인간에게 힘과 새로운 희망의 샘’이라고 말한다.
칼 폴라니는 인간 세상의 근간에 사회를 말하고 있다. 그는 계급투쟁을 주장하는 사회주의자도 아니고, 시장을 혐오하고 있지도 않다. 다만, 시장이 인간 세상 전체를 지배하는 논리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 통렬히 비판하는 것이다. 더불어 인간, 자연, 화폐가 가지는 본래적 속성은 상품과는 거리가 먼 것이며, 사회가 이를 사회에 이롭게 활용하는 것이 반드시 조화를 이루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유토피아적 사회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야 말로,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 실재의 현실을 불평 없이 묵묵하게 받아들인 이상, 인간은 이제 자신의 힘으로 제거할 수 있는 불의와 비(非) 자유라면 모조리 제거해내고 말겠다는 그 아무도 꺾을 수 없는 용기와 힘을 얻게 된다.” 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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