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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솔 May 27. 2021

앞으로 60년을 준비하며...

서평- '백년을 살아보니'

 ‘백년을 살아보니’를 읽은 것은 2018년 여름이다. 책을 많이 읽지는 않으면서, 책과 관련한 여러 채널을 접하는 터라 어느 날엔가, 누군가의 감상평을 통해 접했던 것 같다. 지은이 김형석은 백수를 누리며 현존하는 철학자이다. 1920년생이시니, 과히 한 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분이라 할 것이다. 특별히 노인을 자주 접하는 우리 일터에서도 1920년대를 보면 흠칫 흠칫 놀라게 되는데, 거기다 철학자라니...

 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당시부터 철학계의 거두라 평가받았다 하니, 은퇴하고, 족히 30년은 지난 지금 이 시점에서 철학자가 바라보는 ‘오늘’은 어떠한지 무척 궁금했다. 철학자의 책이라 하여 어려운 책이 아니라 에세이처럼 읽어내기 편하게 쓰여진 글이었다. 주로 ‘행복’에 관한 저자의 생각들을 소박한 글로 담아내고 있다. 총 5개의 꼭지로 나뉘어 써진 글들은 ‘행복’, ‘결혼과 가정’, ‘우정과 종교’, ‘돈과 성공, 명예’, ‘노년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선택할 때부터 읽는 동안 내내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노년의 삶’이었다. 

 낯설기만 했던 ‘불혹’마저도 지나고, 이제 온전한 40대를 살아가는 입장에서 ‘노년’은 아직 먼 미래이지만, 언제든 오게 될 시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유아, 아동, 청소년, 성년의 나이를 지나, 중년을 넘어가는 나는, 내가 중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잊은 채 살았다. 돌아보니 이만큼 와 있고, 이만큼 와 있는 내가 대견하기도 하다. 하지만, 소중한 내 인생에 어떤 방향성을 갖고 왔음에도 돌아보면, 삶의 궤적에 후회가 많다. 아직 백수(百壽)의 절반도 오지 않은 시점에 느끼는 이 마음을 어느 순간 노년이 되어 느낀다면 어떨까하며, 저자의 생각이 궁금했다. 

 저자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담담한 어조로 노년의 삶이 주는 여유, 지혜를 나누어 준다.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라며 자신감도 불어넣어준다. 늘 들어왔던 말인데도, 98세의 철학자가 말하니, 정말인가 싶다. 그의 입장에서 내 고민은 아직 치기어린 청년의 고민으로 느껴지겠구나 싶으니 피식 웃음이 난다. 안도감도 느껴진다. 아직 한참 남았구나. 은퇴 후의 삶에서도 무언가 이루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아등바등 ‘먹고사니즘’에 갇혀 꿈을 잃었다며 스스로에게 측은지심을 가지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법이다.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물론 누군가에게는 더 많은 날들이, 누군가에게는 더 적은 날들이 있겠지만, 24시간을 온전하게 살아낸다면 내 노년의 삶도 떳떳하지 않을까. 

 백년을 살아본 철학자는 내가 평소에 알고 있던 것 이상의 지혜를 주지는 않았다. 그는 세상의 지혜는 모두 한결 같으며, 그것은 진실이라고 설파한다. 현재가 힘든 우리는 그 지혜에 기대지 못하고, 자꾸만 불안한 자신에게 기댄다. 이제 지혜에 더 귀 기울이고, 가족과의 사랑과 벗과의 우정에 집중하며, 매일의 삶을 가꾸어보자. 그러고 나면 우리도 ‘백년을 살아본’ 철학자의 마음에 좀 더 가깝게 와 닿을지도 모르겠다. 


#백년을 살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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