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집이 팔렸다

by 김선영


집이 팔렸다. 새집에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던 나는 2년 6개월 만에 매매를 단행하기로 했다. 지난가을 힘든 시간 속에도 내가 일을 더 구해서 이자를 내기로 하고 겨울과 봄을 버텼다. 그러는 중에 몇 가지 이유를 찾았다. 집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첫째는 경제적인 이유다. 2056년까지 매달 이렇게 많은 돈은 지불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달 내는 이자에 여유가 없는 지금의 삶을 버텨내는 일이 힘겹게 느껴졌다. 이자를 내기 위해 계속해서 일을 할 수가 없다. 집값이 조금이라도 올랐을 때 팔아서 대출금을 갚는 게 좋을 것 같다.


둘째는 ‘집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이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상주에서 제일 좋은 집, 비싼 아파트에 산다는 인식에 괜한 으쓱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들이 떠나고 들어온 새집에는 담을 이야기가 너무 없다. 넓은 공간만큼 서로는 멀어지고 있고 육체의 편안함이 최고의 우선순위가 되어 버린 집이란 생각이 들었다.


셋째는 쉰이라는 나이다. 회사원이었으면 명퇴를 고민할 나이구나 싶었다. 무언가 이룰 일이 남아있으니 힘을 내야 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고단하고 치열했던 삶에서 조금은 여유롭고 자기를 돌보며 사는 삶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등바등 생계를 위해 일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삶이 되면 좋겠다.


넷째는 언젠가 닥칠 ‘빠지는 시간’을 생각했다. 내가 될지, 남편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빈자리가 생기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를 대비해 정리하며 살고 싶었다. 재산이 없다면, 적어도 빚은 남기지 말자. 남겨질 사람이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홀로 설 수 있게 하자고 생각했다.


집을 줄여서 집에 들어가는 돈이 없게 하기로 했다. 삶의 동선을 고려하고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살펴서 집을 구하고 집을 꾸미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주로 시간이 있으면 도서관에 가거나 카페에 가서 책을 본다. 그래서 도서관 근처에 집을 구하기로 했다.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시립도서관 맞은편에 집이 나왔다. 길가 쪽보다는 안쪽이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2층 안쪽 빌라다. 나이가 들어도 걸어서 오르내릴 수 있어 좋겠다 싶어 집을 보러 갔다.


집에서 내려와 50 발자국 정도만 걸으면 공원이다. 일찍 잠이 깨어도 언제든 나가서 걸을 수 있고 잠들기 힘든 여름밤이면 나가서 공원 벤치에 앉아 더위를 식힐 수도 있는 곳이다. 그래서 계약을 했다. 덜컹…… 7월 13일에 세입자가 만기일이라 그때 막대금을 치르기로 했다. 그 이후에 인테리어를 해서 들어가면 될 것 같다. 매도하는 집은 7월 31일에 막대금을 받고, 7월 10일에 중도금을 받기로 해서 매수하는 집 막대금을 치를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7월 말이 휴가기간이라 이사할 여유시간이 있다.


“거실에 책상을 놓고…… 오디오를 두고……” “방문은 떼고……. 싱크대 상부장은 떼서 성능 좋은 레인지후드를 달고…… ” 둘이서 살기에 편하고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래된 집이라 손볼 곳이 많이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모든 것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아니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지혜를 내야 한다. 귀찮고 힘든 과정이라면 과정이지만 시간을 내고 함께 집을 만들고 집에 이야기를 만들며 살고 싶다.


푹신하고 큰 침대를 사서 밤이 되면 이야기를 나누다 잠들고 아침이면 눈을 떠 선물 받은 하루를 어떻게 살지 이야기 나누며 시작하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한동안은 서로의 코 고는 소리에 적응하느라 밤잠을 설치게 되겠지만 그 또한 함께 사는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부어 주신 은혜를 누리는 삶을 살길 원한다.


2024. 5. 21.

2024. 8. 7. 우리 집 위에 내가 좋아하는 초승달이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