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청년의 대답에 웃음이 났다.
“늙어서 어떻게 살고 싶냐?”
“난각번호 1번 달걀을 부담 없이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달걀에 찍힌 숫자는 사육환경에 따라 붙는 번호라고 한다. 4번은 A4 종이 크기쯤 되는 곳에서 날갯짓도 못 한 채 알을 낳는 닭의 달걀이고, 1번은 자유로운 닭이 낳은 알이라고 한다. 자유로운 닭이 낳은 알이라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나는 난각번호 ‘1’을 고른다.
일어나서 출출하고 귀찮으면 달걀을 삶는다. 일단 냉장고에 들어있던 달걀을 꺼내놓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이도 닦으며 달걀이 상온에 적응하게 둔다. 상온에 두었다가 삶으면 기분 탓인지 껍질이 잘 벗겨지는 것 같다. 미지근한 물로 달걀을 씻는다. 이물질이 묻은 채로 삶다가 터지기라도 하면 찝찝하기 때문이다. 깨끗이 씻은 달걀을 냄비에 담고 굵은 소금을 한 티스푼 넣는다. 어떤 날은 소금과 함께 식초를 한두 방울 떨어뜨리기도 한다. 정수기 물을 받아서 달걀 높이만큼 물을 채운다.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끓기를 기다린다.
끓기 시작하고 5분이 지나면 불을 끈다. 되도록 뚜껑은 열지 않는다. 불을 끈 후 그대로 5분간 뜸을 들인다. 싱크대로 가져가서 냄비에 물을 아주 조심스럽게 따른다. 혹시 달걀끼리 부딪치거나 싱크대로 굴러떨어지면 껍질이 깨지기 때문이다. 찬물로 두어 번 헹군다. 그리고 채반에 달걀을 옮겨 물기를 말린다. 손으로 달걀을 잡으면 따끈한 느낌이 금방 낳은 달걀을 만난 듯하다. 식탁 모서리나 접시 귀퉁이에 살짝 친 후 달걀 껍질을 벗깃다. 아주 쉽게 벗겨지는 날에는 매끈한 속살에 기분이 좋다. 한 입 베어 물면 노른자를 만난다. 푸른끼 하나 없이 노란색이 나온다. 탱글하고 말랑하게 삶긴 달걀은 목막힘이 없다.
시간이 좀 여유롭고 기름기 있는 음식이 생각날 때는 달걀 프라이를 한다. 프라이팬을 달군 후 키친타올로 프라이팬을 닦는다. 오일을 붓는다. 오일이 프라이팬 전체로 퍼지도록 프라이팬을 들고 돌린다. 불을 끄고 달걀을 깨뜨린다. 다시 불을 약하게 켠다. 소금을 노른자 위에 살짝 뿌린다. 흰자가 익으면 뒤집는다. 뒤집개로 살짝 누르면 노른자가 깨져 퍼진다. 몇 번 더 뒤집어 속까지 익히면 달걀이 보들하게 완성된다. 때로는 참기름과 깨를 뿌려 고소함까지 더해서 먹기도 한다.
달걀을 며칠 먹어 질리거나 국물이 생각나는 날에는 달걀찜을 한다. 다이소에서 산 도자기로 된 달걀 찜기를 꺼낸다. 달걀 2개를 깨뜨려 넣은 후 포크로 달걀을 느슨하게 만들기 위해 젓기도 하고 위로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한다. 정수기 물을 찜기에서 2㎝정도 아래까지만 채운다. 국장간을 1티스푼 넣은 후 다시 포크로 젓는다. 새우젓이 있으면 넣으면 감칠맛이 난다. 파, 맛살, 순두부를 넣으면 한끼 식사로 든든하다. 뚜껑을 닫고 전자레인지에 3분을 돌린다. 익힘 정도에 따라 조금 더 돌릴 때도 있고 약간 덜 익어도 섞어서 먹는다. 참기름을 넣으면 새우젓의 비린 맛을 잡아주고 고소하다.
달걀 프라이를 먹다 문득 떠올랐다. 커피를 내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