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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aMya Dec 06. 2021

아이들의 미소를 지키자

덴마크 정부는 지난 9월 10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더 이상 사회에 위협을 가하는 질병이 아니라고 발표 했고, 이어 그간의 모든 방역 규제를 해제했다. 80% 넘는 백신 접종률과 낮은 사망률을 토대로 덴마크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종식을 선언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백신 패스 확인도 않고, 모임 인원 제한도 없고, 마스크도 없는 세상을 다시 맞이하게 되었다. 밀접 접촉자 또한 의심 증상이 없고, 첫 번째 검사에서 음성을 받는 경우 격리 없이 등교와 출근이 가능하게 되었다. 파격적인 덴마크 정부 발표에 불안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마스크 정도는 써야 하는 게 아닐까? 밀접 접촉자는 어느 정도 격리를 유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와 같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마스크 없이 슈퍼에 가고, 그 동안 할 수 없었던 문화 생활도 즐기고, 가까운 사람들과 제약 없이 만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니 결국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앞섰다. 정책을 발표한 정부도 시민들도 이토록 완벽한 일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하지 못했지만, 언제든 상황이 안 좋아지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시 찾은 일상의 달콤함은 금새 모든 불안을 덮어버릴 만큼 강렬했다. 


10월 중순까지는 확진자 500명 수준을 넘나들며 안정적인 상황이 유지되는 듯 했지만, 11월 말 현재 당일 확진자 수가 3-5천명을 오가고 있고, 입원 환자는 400명을 넘겼다. 결국 당국은 코로나 패스 (백신 접종 완료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완치자와 검사에 음성이 나온 경우 일정기간에 한해 부여되는 증명서)를 다시 도입하여, 공공 장소 출입 시 제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밀접 접촉자에 대한 규제 완화에는 변함이 없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12세 미만 아이들 사이에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9세 이상의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번 학교에서 항원 검사를 하지만,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경미하여, 감염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고 학교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비대면 수업을 하는 정도의 극단적인 정책이 아니라면 확산세를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도 예외는 아니라 일주일에도 몇 번씩 확진자가 나오고 그 때 마다 항원 검사를 하고, 등교하면서 추가 PCR 검사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같은 반에 확진자가 나와 항원 검사 음성을 받고 등교 했지만 이틀후에 받은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경미한 증상이 있어 검사를 했지만 음성이 나와 등교를 계속 하면서 추가로 받은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음성과 양성 사이 등교를 하는 동안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연일 학교 코로나 현황에 대해 보도는 하지만 학교를 상대로 하는 추가적 규제 강화에 대한 발표는 아직 없다. 확진자가 나왔다는 학교의 공지를 받으면 철렁하고, 아이와 함께 테스트를 받고 음성을 받으면 안심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항원 검사와 PCR 검사에 익숙한 아이는 콧구멍과 목구멍으로 쑥쑥 들어오는 긴 면봉도 의연하게 견딜 줄 알게 되었고, 우리 부부는 동네 모든 검사소의 위치와 붐비지 않은 시간까지 빠삭히 꿰는 경지에 이르렀다. 


학교에 확진자가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덴마크 당국의 정책이 불안했다.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나도 모르게 ’누구지?’ 하고 수사관처럼 촉을 세우거나, 밀접 접촉 자 중에 두번째, 세번째 검사에 양성이 나오는 경우에는 ’검사 다 할 때까지 그냥 좀 집에 데리고 있지’ 하며 속으로 불평을 하기도 한다. 불안한 마음에 불평은 하지만, 나라고 별 다른 답이 없이 있을리 없다. 비대면 수업도 경험했고, 밀접 접촉자 격리로 인해 아이가 갑자기 책가방을 싸들고 집에 와서 일주일씩 집에만 있는 것도 경험했다. 지금이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그때가 그립지는 않다. 덴마크 정부는 언제까지 비대면 수업을 계속 할 수는 없고, 밀접 접촉자라는 이유로 등교를 막는 방법 역시 지속적으로 확진자가 나오는 학교 환경에서는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 한 것이다. 아이들은 감염이 되어도 비교적 증상이 약하고, 어른들은 대부분 백신을 맞아 아이들을 통해 돌파 감염이 되어도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경우가 많지는 않을 테니 교육과 사회 생활에 대한 아이들의 권리를 지키는 쪽에 비중을 두기로 한 것이다. 덴마크는 작년 4월 첫번째 락다운 해제 역시 11세까지 아이들의 교육 시설로부터 시작했었다. 덴마크는 팬데믹의 위험보다는 아이들의 행복권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당당하게 With Corona를 선언했지만, 하루 평균 4천명의 확진자로 인해 다시 위태로운 덴마크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몰려다니며 공을 차고, 머리를 맞대고 앉아 그림을 그리고, 편을 갈라 다투기도 하고, 선생님께 지적을 받아 속상하기도 한 ’일상’을 허락 받았다. 아이들은 확진 받고 격리를 마친 후 돌아온 친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반기고, 확진 받은 친구와는 화상 통화를 하며 게임을 하며 나름의 ’위드 코로나’를 살아내고 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단체방에 아이의 확진 소식을 알렸다. 

곧 이어 ”OK! 요즘에는 놀랄 일도 아니니, 마음 쓰지마, 아이가 증상 없이 이겨내길 바래! 우리도 검사하고 소식 전할게.” 라는 명랑한 답글이 달렸다. 또 한번은 확진자 아이와 부모가 코로나 재 검사를 받으러 나왔다 지인들과 마주친 광경을 목격했다. 지인들은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힘차게 손을 흔들며 ”모두 괜찮은 거지? 조금만 잘 참고 있다가 다시 만나자!” 라며 큰 소리로 응원을 보냈다. 


지난 2년동안 각 나라는 집단 면역, 봉쇄, 백신, 치료제와 같은 여러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아직은 코로나 감염증이라는 팬데믹에 맞서는 정답을 찾은 나라는 없는 듯하다. 각각의 사회는 제 역량에 따라 규칙을 정하고, 전염병의 확산세에 맞추어 그 규칙을 보완해가며 견뎌내고 있을 뿐이다. 덴마크는 턱밑까지 쫓아오는 전염병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주고, 그 웃음으로 위안을 받기로 나름의 선택을 한 것이다. 덴마크의 이러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덴마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주장에는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피할 도리가 없다면 미소를 지켜내는 것, 서로에게 명랑한 상대가 되어 주는 것이야말로 코로나와 함께하는 겨울에 대한 유일한 정답이 아닐까? 코로나와 함께하는 두번 째 크리스마스에는 조금 더 따뜻하고 의연하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의 선물이 되어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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