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그렇게 하는 게 싫어!

by SyaMya

늦은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 집에 가면 늘 아수라장이다.

간식을 다 먹은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장난감을 제자리에 놓는 등 뒷정리를 하며 하원 준비를 한다. 그 과정에 아이들은 장난감을 던지거나, 엉뚱한 자리에 놓거나, 한 장난감을 두고 서로 제자리에 놓겠다고 싸우느라, 우는 소리, 화내는 소리가 가득하다. 매번 머리가 흐트러지고 다소 진이 빠지신듯한 선생님들이 참 대단한 일을 하신다는 생각을 한다. 아수라장 속에서 아이를 찾아 함께 나오다 선생님이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Io non voglio che tu spinga Riccardo" 나는 네가 리카르도를 미는 것이 싫어!.

이건 뭐지? "누구누구야 밀지 마!" 이렇게 한마디면 끝날 텐데, 나는 네가.. 하는 것이 싫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할 때는 으레 없이 모든 선생님들께서 이런 식으로 대처를 하셨다.

"나는 시아가 숟가락을 던지는 것이 싫어, 나는 미켈레가 바닥에 떨어진 빵을 주워 먹는 것이 싫어"

이태리어에 '안돼'라든가 '하지마'와 같은 깔끔한 부정 명령어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모든 선생님이 이런 표현을 사용하시는 걸까?

어린이집 보내고 한 달이 지나 처음으로 학부모 모임에 참석해서야 그 표현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 마, 안돼라는 말은 일시적으로 큰 효력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자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직 잘못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또 왜 잘못하면 안 되는지를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안된다고 말하기보다는, 어른인 내가 그런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멈추는 동기와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무조건 '내가 하는 것은 안 되는 것이 구나! 나는 안 되는 걸 하는 아이구나'라는 마음이 아니라, '선생님은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싫어하시는구나, 그럼 하지 말아야겠다'라고 아이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같은 말은 수천번 반복해야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반드시 결실을 맺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한번 안된다고 가르친 일은 예외 없이 꾸준히 안 되는 것으로, 표현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요령도 덧 붙여 설명해 주셨다.


배운 대로 우리 부부도 따라 해 본다.

"엄마랑 아빠는 네가 의자에 올라서는 것을 싫어해, 그건 위험한 행동이거든"

"기저귀를 갈 때 도망가는 게 싫어. 그렇게 하면 엄마는 너무 힘들거든."

"유모차에서 양말을 벗어 밖으로 던지는 게 싫어. 양말을 잃어버릴 수도 있잖아."

처음엔 어색하기도 하고, 항상 시간에 쫓기면서 이처럼 찬찬히 얘기하는 것이 어렵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래서 제대로 훈육이 되겠나 싶었다.

제대로 '안돼' 하고 버럭을 하고 싶은 욕구가 목구멍에 가득해서 크게 심호흡을 하는 순간들도 많았다.

심호흡도 하고, 버럭의 유혹에 무너지기도 하며, 어느새 '싫어' 화법이 자연스러워졌다고 느꼈을 때, 아이도 우리의 '싫어'에 화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러? 이거 시러?"

혀 짧은 소리로 되묻고, 하던 행동을 멈추거나, 행동의 강도를 낮추어가며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아이를 발견했다.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절대적인 규칙이나 방법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어린이집의 방침에 따라 아이에게 '싫어' 대화를 시작한 것은 어린이집과 일관적인 교육 방식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돼'는 나쁘고 '싫어'가 좋다는 어떠한 확신도 없다. 어른이 된 시아를 만난다고 해도, '싫어'의 긍정적 효과를 찾을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답이 없는 육아에서 우리는 쉼 없이 확신 없는 선택을 한다. 우리의 선택이 작은 사람에게 최선이기를 마음을 다해 바랄 뿐이다.


육아를 향한 나의 선택들은 작은 사람에게서 보다 나에게서 효과를 먼저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오빠, 나는 오빠가 과자 봉투를 식탁 위에 그대로 두는 게 싫어."

"응?! 응, 그래. 미안해."

"그런데... 그 싫어... 있잖아... 그게 '하지 마, 안돼' 보다 더 살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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