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집 식당에는 아이들 키에 맞는 낮은 테이블과 낮은 의자가 준비되어 있다. 한 테이블에 선생님 한분과 아이 다섯 명 정도가 앉아 식사를 한다. 처음 아이와 어린이집 식당에 들어갔을 때, 유리컵, 사기 접시, 큰 포크, 숟가락.. 뭐 이런 너무 정상적인 도구들로 세팅된 식탁을 보고, 엄마들 먹으라고 준비해 두었나 했다. 그런데 아니다. 이제 만 한 살 되는 아가들 식사 도구란다.
컵을 떨어드려 깨지면 어쩌나, 큰 포크에 입이 찔리면 어쩌나, 사기 접시… 어쩌나.. 어쩌나…
애들 쓰는 플라스틱 그릇. 컵, 그런 건 없나…
나뿐 아니라 이탈리아 엄마들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엄마들의 염려를 눈치채신 원장 선생님께서 설명을 시작하셨다.
아이들에게 유리컵과 어른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식사 도구를 주는 것도 어린이 집의 교육의 한 방침이라고 하셨다.
아이들에게 플라스틱 컵과 접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냐고 물으셨다. 아이들이 그러한 것들을 사용하는 것이 어른들 자신에게 편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정한 것이 아닐까라고 반문하셨다.
어린이 집에 새로운 아이들이 들어오는 9월 한 달 동안 다섯 개 정도의 컵이 깨지고 두세 개의 접시가 깨진다고 하셨다. 테이블이 낮아 조각이 멀리 튈 염려도 없으며 선생님들이 가까이서 바로 치우기 때문에 다치는 일은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한번 떨어뜨린 아이들은 다시는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하게 되고, 친구가 떨어뜨리는 것을 본 아이들도 떨어지는 소리와 깨지는 조각을 보며, 나도 조심해야겠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옆에서 컵을 떨어뜨린 아이와 다른 아이들에게 '테이블 가장자리에 컵을 놓으면 이렇게 팔로 건드려 떨어 뜨릴 수 있다. 떨어뜨리면 다시 컵을 못쓰게 되고, 다칠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라고 설명하신다고 한다. 함부로 던지거나 움직이면 안 되는 도구들을 사용함으로 테이블 예절 또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고 하셨다.
아이가 어린이집 다니고 10개월 지났을 때 학부모 회의에서 아이들의 생활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셨다. 물도 알아서 틀고 손도 씻고, 수건으로 닦고 혼자서 정말 많은 일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탄했다. 그중에서도 밥 먹는 모습은 부모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했다. 모두 자기 자리에 앉아서, 큰 볼에 담겨온 음식을 국자로 스스로 제 앞의 접시에 덜고, 유리 주전자에 조금씩 채워진 물을 (아이들이 들기에 무겁지 않도록 조금씩만 물을 채워주신다) 유리컵에 각자 따라서 물도 마시고, 주전자와 볼은 다음 친구에게 밀어 전달도 해준다. 파스타를 접시에 담고, 파미산 치즈 가루도 숟가락으로 퍼서 뿌릴 줄 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아이들은 훨씬 능력자였던 것이다. '세상에 우리 아이들이 이럴 수 있다니, 집에서는 상상도 못 하는 모습이다!'. 뭐 이런 반응이 쏟아지는 가운데, 선생님들은 우쭐하시면서, 일 년간의 참음, 기다림, 아이들에 대한 믿음, 실수하는 아이들에 대한 끊임없는 격려를 통해 이루어진 결과라고 하신다. 우쭐하실만하다. 박수를 보낼 만큼 대단하시다. 플라스틱 도구를 주고, 아이들 접시에 직접 음식을 덜어 주시고, 물도 직접 따라 주셨다면 선생님들의 하루가 더 편했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시지 않으시느라, 물 흘리고, 수프 흘리는 것을 보고만 있으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해본다.
초보 엄마는 또 한 가지를 배웠다. 아이들의 주위에 실수할 수 없는, 실수해도 아무 일 없는 가짜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줘야 하는 일이 아니구나. 실수하면 다시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실수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진짜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 내가 아이에게 해줘야 하는 일이구나. 기다리면서, 같이 배우면서, 같이 실수도 하면서, 같이 자라면서~ 대신해주며 대신 살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것. 함께 사는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