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by SyaMya

어린이 집 들어갈 때 선생님께서 공책 하나를 준비해 달라고 하셨다. 딸의 첫 번째 준비물을 구하러 문구점을 찾아다니던 아빠는 헬로 키티 일기장을 사 왔다.

앗… 일기장이라고는 안 했는데…. 그래도 아이거라고 예쁜 것을 찾아다닌 아빠의 마음을 생각해서 그냥 어린이 집에 제출했다. 어린 집 활동이나 공지 사항을 적어 보내주는 용도려니 했다.

적응기간이 다 끝나고 정상적으로 어린이집을 다닌 지 2주 정도가 지났을 때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선생님께서 헬로키티 일기장을 건네주셨다. 처음 받는 ‘가정통신문’에 대한 기대로 들떠 첫 장을 넘겨보았다. 일기장에는 가정 통신문 대신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에 대한 선생님의 깨알 같은 친필 기록이 있었다. 센스쟁이 선생님께서는 어린이집 제 침대에서 인형을 끌어안고 잠들어있는 아이의 사진까지 인쇄하셔서 붙여주셨다.

2011.10월

"전화를 통해 어머님과 아이가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의 이러한 대화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아이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슬픔을 위로할 준비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아이가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기도 하다."

2011.12월

"블록, 병뚜껑, 빈 깡통, 실 끼우는 장난감을 아주 좋아한다. 최근에 아이에게 자연 소재와 여러 가지 용기들을 사용하는 창의력 발달 놀이를 제안해 보았다. 아이는 곡류들을 관 모양의 용기에 넣거나, 텐트용 고리, 머리핀, 헤어롤을 활용해 곡류를 옮기려는 시도를 했다. 장난감 부엌에서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고, 내가 책을 읽어주면 꼭 내 옆으로 온다, ‘나무꾼과 호랑이’를 읽어주면 좋아하고, 그 밖에도 인형을 가지고 책의 내용을 재현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언제나 나를 따라다니고, 그림 그리기, 물 담고 쏟기 등 내가 제안하는 모든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

뜻밖의 선물에 너무 감사하고 기뻤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이제 이 일기를 아이의 부모인 우리와 함께 써나가고 싶다는 말로 ‘육아일기’ 첫 단락의 끝을 맺어 주셨다. 매일 아이들에게 시달리시고 집에 가면 본인의 아이도 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워킹맘의 하루하루를 보낼 텐데, 언제 이런 일기를 다 쓰셨을까?..

어린이집을 졸업할 때까지 헬로 키티 일기장은 한 달에 한 번씩 선생님한테 갔다 나한테 왔다 했다. 나는 나대로 아이와 집에서 생활하는 얘기, 새로 배운 한국말 등에 대해 적어 보내고, 가끔 육아에 대한 질문을 적어 보내기도 했다. 선생님께서는 내 질문에 답을 보내주시고, 아이의 유치원 생활, 특별히 친한 친구, 잘 먹는 음식, 좋아하는 노래 같은 내용을 자세히 적어 보내주셨다.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 이 일기장을 읽을 때 어떤 기분일까? 한동안 포크와 숟가락 사용을 거부하고 스파게티를 손으로 먹으면서, 연신 선생님한테 손 닦아 달라고 했던 얘기, 양말이고 신발이고 신겨주면 바로 벗어 버리던 얘기를 읽으면서 많이 웃을 수도 있겠지? 문법도 틀리고, 단어 사용도 어색한 엄마의 이탈리어 문장들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 노력이 가상하다, 뭐 이렇게 감동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른이 된 아이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일기장을 읽어보는 모습을 그리며 이방인 엄마는 정관사와 관사의 오류쯤은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비밀 일기를 쓰던 소녀시절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일상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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