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준, 윤혜자 지음
가족들과 함께한 혜화동 한옥스테이에는 책들이 무척 많아서 TV가 없어도 심심하지 않았다.
보통 자는곳이 바뀌면 늘 바뀐 첫날 잠을 뒤척이는 버릇이 있어서 읽을 책이 없을까 하고 서가를 둘러보다가
브런치에서 팬이 되어버린 편성준 작가님의 에세이가 있어서 집어들었다.
편성준 님은 유머 가득한 에세이가 정말 재미진데,
이 책은 작가가 회사 퇴사 이후에 제주도에서 한달 가량 체류하면서 적은 일기들을 엮은 에세이집이다.
그의 부인도 책 편집자 출신이고 이 책에 아내의 일기를 일부 담았는데, 큰 기대 안했는데도 부인의 글도
재미있다.
뭔가 남자가 말이 많고 수다스러운데 여자는 과묵하고 믿음직스러운 그런 조합이랄까.
제주도에서 한달 가량 지내는 것에 대해서
나 역시도 퇴사 이후에 고민 많이 해보았는데 나는 결국 가지는 않았지만
편 작가님은 직접 실행에 옮겼네.
사실 지금 내게는, 그리고 퇴사 당시의 내게는 장소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것 같다.
어딜 가도 크게 바뀌는건 없다는걸 난 20대때 유학과 여행과 어학연수 등을 통해서
몸소 깨달은바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의 내 모습이 너무나 맘에 안들고 현실의 일분 일초가 괴로운 분들에게는
장소를 바꾸는것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뭔가 사회의 끈들을 차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일체유심조라는 말처럼
모든건 마음에서 비롯되고 현실의 슬픔과 아픔도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몸으로 마음으로
겪어내야만 한다는 것을 이태리에 있을때 80% 정도 깨닫고 그리고 지금 나머지 20%를 깨달은것 같다.
갑자기 심각해졌지만, 이 책은 매우 유쾌하고 즐겁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제주도에서의 무료함, 고즈넉함, 막막함, 때로는 즐거움이 느껴지고
저자 부인의 남편에 대한 그리움, 때로는 홀가분함, 일상의 즐거움도 느껴진다.
즐겁게 일상을 그려냈다고 하지만 그 안에 어찌 슬픔이 없으리오.
그런 생각이 드는 에세이집이였다. 고민도 슬픔도 즐겁게 겪어내는것,
그것이 작가가 보내는 메세지인것만 같다.
아, 이 책엔 슬픈 내용은 없는데 그냥 읽고 나서 편 작가님은 왠지 그런 사람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