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2달

벌써 3월 하고도 15일

by 세레꼬레

정확히 두 달 전까지, 2021년 1월 15일 오후 2시까지 사무실에 있었는데 시간 참 빠르다 라고 나도 모르게

상투적인 표현을 쓰게 된다니.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고 얘기할 수 있는 약 60여 일의 시간이 지나 버려서 결산을 한번 해봐야겠다.


먼저 내 생활 패턴은 한없이 게을러졌다. 처음 한 달간은 8시쯤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샤워를 하고

재택근무하듯이 옷을 딱 챙겨 입고 선 내 방 책상에서 컴퓨터를 켜고

주식 관련 종목 서치, 유튜브 서치 등을 하면서 장이 끝나가는 3시 반까지 자리를 지키고

점심도 집에서 대충 그날그날 요리해서 먹고 회사처럼 12시~1시의 점심시간 지키고서는

3시 30분 장이 끝나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일주일에 2번 정도는 헬스클럽에 가서 짧은 러닝이라도

30분은 채우고 오던 생활이었다.


저녁엔 약간 스스로에게 릴랙스를 선물한다는 개념으로 맥주나 와인 1잔씩 하면서 저녁을 배불리 먹고

11시쯤 잠이 드는 생활을 하다가 조금씩 늦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늦게 잠들기 시작했다.


이제 두 달이 되는 시점에 정확히 2kg의 살이 쪘고 뭔가 외모적으로는 평생 최고의 비수기 같은 느낌이고

늘 머릿속으로는 "내일부터는 바쁘게 살아야지"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오후 3시부터 그냥 잠옷으로

갈아입고선 시간 많으니까, 다시 맘 고쳐 먹음 되지 뭐 이런 마인드로 소파에 누워 인스타를 뒤젹거리곤 한다.


집에서도 회사 같은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선 주식도 그리고 사업 구상도 하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난 너무 게으른 인간인 걸까.

이제는 어린 나이도 아니어서 스스로 절제하고 조절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게으른 습관은 가속도가 한번

붙으면 웬만해서는 관성을 못 이기고 더욱 게으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새삼 느낀다.


하지만 이런 생활을 조금 개선해야겠다 라고 느껴서 브런치에 이런 참회의 글도 쓰고 있으니

퇴사 후 3달쯤 되었을 때 또 어떠한 모습일지 지켜봐야겠다.

요즘 관찰 예능을 하나 찍고 있는데 그 주인공이자 유일한 등장인물은 나 스스로인 듯.


정해진 각본은 없고 그날그날 각본이 바뀌고 PD의 편집점도 달라지는 그런 예능.

시청률은... 잘 나올 자신은 없으나 나의 퇴사를 바라봤던 주변인들은 아직까지는 나의 퇴사 이후

생활에 대해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 같다.


퇴사 후 2달째 제일 좋은 점 하나는,

일요일 아침부터 느껴지는 중압감, 답답함, 짜증이 사라지고

일요일 밤과 새벽에도 마음이 가볍다는 거 그거 하나는 기가 막히게 행복한 요소이다.

그럼 퇴사 후 3달째를 기대하면서.



#퇴사 후 두 달 #퇴사 일기 #시간 빠르다 #계획대로 되는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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