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런던 지음
야성의 부름 이라는 소설로 유명한 잭 런던은 내게 나름의 의미가 있는 작가이다.
돌아가신 아빠께서 내가 십대초반일때에 YBM에서 출판한 영어로 된 소설책(한글 번역판이 바로 옆에 붙어있는) 시리즈의 단행본을 사 주셨는데, 총 2권이였는데 나머지 1권은 기억이 안 나고 그 중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이 있었던 것이다.
책의 표지를 보았을때, 개의 시점으로 본 야생과 사회 뭐 이런 얘기라는데
십대의 나에겐 정말이지 아무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표지와 주제여서
아빠가 사줬기에 버리진 않고 그냥 책꽂이에 처박아두고 다시는 안 봤던 그런 책이였다.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으로 기억하는 아빠가 왜 잭 런던을 선택한건지에 대한 의문은
사실 맘속에 자리잡아서, 언젠가는 그 작가의 책을 읽어보리라! 다짐은 했었지만
이제 마흔두살이나 되어서야, 그때의 다짐을 실현했다.
실현은 그의 책 야성의 부름이 아닌, 더 로드라는 에세이를 읽음으로써!
이 책은 무척 짧아서 사실 앉은 자리에서 몇시간이면 휘리릭 읽어낼 수 있는 가벼운 에세이인데
이 안에 담긴 내용은 너무나 생소해서 이것이 사실인지 진실인지 거짓인지 도대체 가늠이 안된다.
호보 라고 일컬어지는 기차를 불법으로 타고서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떠돌아다니며 삶을 지탱하는
미국의 떠돌이 노동자의 삶을 보여주는데 중간에 짤막하게 교도소에 들어간 스토리도 나온다.
어떻게 하면서 떠돌이의 삶을 지탱하는지, 하층민 노동자로서의 삶은 어떠한지
또 그 호보세력 내에서의 알력다툼과 서로에 대한 배려와 투쟁 등도 묘사되고
과연 방랑과 정착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짧은 시간이나마 생각해볼 수 있다.
히피에 대해서 많은 이미지들이 있지만 정작 진실로 히피의 삶을 사는 사람은 흔치 않는데
이 책을 보면서 히피란 이런것임을 알게 되었다.
에피소드들은 사실 무시무시하고 처연함까지 느낄 수 있지만
잭 런던의 필력이 어마무시해서 재미있고 가볍게, 그렇지만 진실되게 마음에 와 닿는다.
그리고 결국 자신들 같은 떠돌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음식을 나눠주는 사람은
자신들과 처지가 크게 다르지않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말도 뭉클하다.
2023년을 사는 현재에도 그 사실을 다르지가 않으니까.
난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잭 런던에 대해 관심을 갖게되어 연달아 야성의 부름도 빌렸는데,
야성의 부름까지 읽게되면 작가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겠지.
참고로 잭 런던은 41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안타까운 청춘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로드를 읽으면 이미 80세를 먹은 그 누구보다도
다양한 경험을 밀도있게 경험한 젊은이이기에 생이 아깝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