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2층을 말하기전에 현대백화점의 Peer 얘기좀 해볼게요
원래 더현대서울 시리즈를 생각하고 글을 쓸때엔 그냥 한편의 글에 모든것을 담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글을 쓰다보니 너무 할말이 많아져서 어쩌다보니
층별로 MD를 풀이하게 되고..그래서 1층과 2층을 커버했는데 오늘은 지하2층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사실 전체 건물에서 가장 멋지면 멋진곳, 파격적이다 하면 파격적인 곳.
지하 2층은 전체 MZ타겟의 젊은 유플렉스를 한 층에 수평으로 깔아놓은 듯한 곳인데...
MD 전체를 보기전 살펴볼 것이 있다.
더현대서울을 보기전에 현대백화점에 대해 생각해보자.
현대백화점은 쇼핑몰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
롯데와 신세계가 자산개발 회사를 만들어서 야심차게 쇼핑몰을 오픈시킬때에
현대백화점은 아울렛 사업 진출과 동시에 면세점 사업 진출을 했다.
면세점은 아직까지도 이익 turn되어 보이진 않고, 아울렛도 교외형은 괜찮지만 도심형은
사실 그냥 그러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동대문 및 가든파이브).
현대백화점의 유전자에 엄청난 '모험'과 '개혁'은 사실 없다. 모험과 개혁은 신세계그룹이 좋아하는 영역이고
롯데는 애초에 장사의 수익성에 많은 포커스를 맞추는 색깔을 지니고 있고.
현대백화점은 마치 '내가 모르는 종목엔 투자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보수적인 주식 투자자처럼
영역확장도 점진적으로, 그리고 정 미래의 사업을 꾀할때에만 과감한 M&A를 통해서 하는 편인데.
이런 현대백화점이지만 오랫동안 나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백화점의 또다른 파트가 있었으니.
그건 '유플렉스'이다. 백화점의 young관 이라고 보면 되는데 신촌과 부천 중동 등에서 꾸준히
큰 타격없이 영업을 지속해온 모델이고 특히 신촌점은 젊은층을 타겟으로 하는 캐릭터 브랜드 발굴 등에서
전국 최고의 감도를 자랑하면서 늘 빠르게 '새로운' 브랜드들을 발굴해서 선보이곤 했다.
한때 정말 인기 많았던 오버액션토끼 뭐 이런 브랜드들 말이다. 늘 현대가 먼저 발굴하면, 그 다음
롯데나 신세계에서 팝업을 하곤 했었으니까. 보통 팝업이 성공적이라고 할때엔 월 1억 매출 찍을때.
아, 백화점은 야박해도 할 수 없다 매출로 모든걸 얘기하는 곳이라서..
그리고 작년에 현대백화점 자체 개발한 MZ타겟의 스트리트 패션 편집샵 Peer 를 소개하고 싶다.
갑자기 여의도현대 얘기에 왜 Peer가 나오냐고? 그게 다 연관이 있어서이다.
(이쪽 비즈니스업계에서 절대 쨘 하고 나타나는건 없는것 같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담당자의 피땀눈물)
Peer 는 High Street 감성이라고 해야하나, 업그레이드된 에이랜드 라고 해야하나.
약간 Supreme의 감성에 여러가지를 버무려서 백화점에 잘 오지 않는 10대 20대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 장소로서 자리매김하고싶은 그런 의지를 담은 편집샵인데
신촌과 부천 중동 유플렉스에 매장이 위치해서 두군데 모두 가 본적이 있다.
먼저, 구성은 괜찮고 비주얼도 괜찮고 브랜드 조합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인기 있는 스니커즈 리셀샵
같은 기능도 샵인샵으로 일부 있고 스케이트보드, 서핑보드 이런 것들이 어울리는 듯한 약간의 LA감성과
약간의 베를린 느낌과 뭐 이런것들의 버무림인데...
문제는, 포지셔닝에 있다.
처음 Peer라는 브랜드 개발을 할 때에 아마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것 같다.
원더플레이스, 에이랜드 등으로 대표되는 동대문 저가 및 내셔널/국외 중저가 브랜드의 조합이
한참 대세였고 현대백화점에서 굳이 저가형 편집샵을 만들 이유는 없었던것 같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백화점은 저가형 보다는 브랜드가 있는 중가 및 고가의 상품들을 좋아하기때문에
'객단가'측면에서 기존 원더플레이스나 에이랜드에서 보지 못한 브랜드들로 채워서
단가를 3-5배 올리는 전략으로 포지셔닝을 잡았던것 같다.
마치 백화점 안 오고 직구 사이트에서 물건 사는 친구들이 올 수 있는 그런 매장 만들자..
뭐 이런 기대를 하면서.
후드티 가격이 10만원~25만원 정도로 형성되어 있는데 이 정도는 요즘 패션 좋아하는 친구들이
아마 살 수 있을거야 라는 생각을 했던것 같고, Peer만의 매니아를 만들고
Peer와 다른 브랜드간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 마치 일본의 유나이티드애로우 라던지
빔스 라던지 이런 유명한 편집샵처럼 나만의 무언가를 형성하고 싶은 욕망이 무척이나 읽혀진다.
헌데, 문제는 결국에 그 포지셔닝이 고객을 오지않게끔 만드는데 있다는 것.
아, 슬프다. 원래 현실은 늘 PPT 기획서와 어긋나게 되어 있다.
그리고 MD의 구색때문에 서핑 이라던지 스케이트보딩 이라던지 이런 부분을 꼭 집어 넣는 것도
이제는 좀 탈피해야하지 않나 싶다.
스포츠를 접목시킨다면 차라리 자전거나 킥보드 관련한 테크 제품이라던지, 관련 기어,
영양제 등 좀더 구색을 실용적으로 바꾸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편집샵이야말로 진부함을 버려야하는데 '스트리트캐주얼편집샵'하면
누구나 다 슈프림, 스투시, 스케이트보딩, 서핑, 나이키...
아 뭔가 너무 뻔하지 않나. (하지만 나 역시 컨셉 잡으라하면..왠지모를 막막)
Peer의 고객군에 30대는 없을것 같고 10대20대가 와야하는데 그들이 소비하기엔 가격이 좀 부담스럽다.
그리고 Peer에서 독점수입을 하든 메인으로 선보이는 브랜드들이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10대 20대 친구들에게 굳이 이 돈주고 이 브랜드를 사야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요즘은 아무리 비싸도 메종키츠네(여우 로고)라던지 AMI(하트 로고)라던지 마르지엘라 등
소위 남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에 대해서 다소 비싸더라도 지갑을 여는 특징을
젊은 친구들이 보여주는데(번개장터 앱 켜고 1-2분만 서치해보면 파악 가능)
Peer의 힙한 LA출신의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로고 식별이 되더라도 다소 미약하고
정말 순수하게 '패션 좋아하는'사람만이 약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적 차별성이 있는 상품들이기때문에
대중적인 차원에서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Peer의 Exclusive 전개 브랜드에서 인기와 파격을 동시게 가지고 있는 브랜드가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또 편집샵은 매출의 50% 이상이 잡화에서 받쳐줄때 운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것 같은데
Peer의 잡화는 딱히 눈에 띄는 그런 아이템도 없었고 상품의 볼륨도 적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내가 매장을 방문했을때 이미 샵을 오픈한지 몇달 후였기때문에,
처음엔 거창하게 여러 잡화 브랜드들도 깔아놓았을 수 있지만 매출이 안 나와서 다 빼버렸을수도 있다.
어쨌든 Peer는 많은 투자를 한 것 같고 또 직원들이 모여서 고생한 흔적도 많이 보이지만
유플렉스의 앵커브랜드로서 수익과 화제성을 가져가기엔 부족한 듯 싶다.
고객층의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을것 같고 아주 극소수의 매니아들에게는 사랑 받을수도 있겠지만...
다시 더현대서울로 돌아가보자.
Peer는 더현대서울에 오픈해있지만 신촌이나 부천에 비하면 약간 작은 사이즈로 오픈했고
이 곳의 역할은 전체의 메인 색깔을 잡는 것 보다는 고정된 브랜드들의 지루함을 달래줄
계속 교체가 가능한 팝업존 역할을 하는 성격을 띌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Peer를 런칭시키고 영업을 유지하면서 고스란히 조직에 쌓여가는 아카이브, 브랜드 레퍼런스,
고객 데이터들이 다 버무러져서 지하 2층 컨셉을 만들때에 많은 역할을 했을거라 짐작한다.
이 세상에 절대 그냥 얻어지는게 없듯이 Peer가 아직까지 대박을 못 치고 있지만 완전한 실패라고 부를수는
없다고 본다. Peer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브랜드 서치를 하게되고, 현재 스트릿신에서 핫한 수많은
군소브랜드들의 레이블과 미팅도 했을 것이고 그런 브랜드들이 무신사 라는 플랫폼 외에도
Peer랑도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다.
물론 매장은 매출이 인격이고 거의 모든것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브랜드의 가치와
꼭 수익성만이 우선이 아니더라도 이런 실험적인 것을 시도하는 노력이
오프라인 백화점의 차별화에 있어서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사실 편집샵은 그 누가 진두지휘를 해도 망하기 좋은 사업구조라서
쉽게 이익 turn할 수 없을 것이다. (분더샵이든 10corsocomo든 다 마찬가지)
매입을 하게 되면 구색은 괜찮을수 있지만, 내 자본이 묶이면서 더불어 재고 고민,
위탁을 하게 되면 수익은 괜찮지만 구색적 측면에서 재미가 떨어지고,
제작을 하게 되면 수익은 높아지나 더불어 재고 고민과 자본금 투하...
위 세가지 방법의 적절한 믹스를 통해서 안정적인 운영을 가져가야하는데
글만 봐도 어려워보이지 않나 싶다.
두번째로 더현대서울을 방문했을때,
나이키 조던 운동화에 어울리는 양말 팝업을 하고 있었는데
예전같으면 양말 팝업은 정말이지 생각도 못한 아이템인데
Peer를 통해서 이러한 아이디어도 도출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지하 2층의 포인트오브뷰, 나이스웨더 등의 브랜드들에 대한 생각 역시
Peer가 있었어서 이런 길거리 브랜드들에 대해서 파격적으로 유치하고 그림을
짤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뭐,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MD도 정답이 없고 늘 변화 가능하기때문에
Peer가 패션scene에 뭔가 큰 반향을 일으킨건 없지만
더현대서울 지하2층의 컨셉에는 나름 일조한 부분이 눈에 보여서
굳이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다 쓰고 보니 Peer 담당자들에게 바치는 시 같기도 하고..
나중에 Peer 브랜드가 없어지더라도 그래도 나는 기억해줘야지.
수익 짜는 법은 ..내게 가지고 오면 좀 더 업그레이드 시켜줄수 있는데!!
아주 갈수록 방구석워리어가 되어간다.
이제 다음 편에 더현대서울 지하 2층의 어떤점이 파격적인지
뇌피셜로 글을 써야겠다.
길게 글로 쓰면서 생각해봤지만 막상 나보고 Peer 기획안 제출 하라고 하면
아마도 나는 "편집샵 사업은 하지 마시죠" 라고 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