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라고 쓰고 뇌피셜전략 분석이라고적는다
'더현대서울'의 오픈이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더현대 서울에 대해 생각했던 부분을 브런치에서 털어놓을까 한다. 이 곳은 백화점과 쇼핑몰 기획 업무를 했던 내게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주어서 뭔가 시리즈로 글을 적으면서 생각을 기록하기로 한다. 이 곳에 대한 공간 예찬, 맛집 예찬, 가볼만한 매장 등에 대한 리뷰는 나 말고도 많은 분들이 했기 때문에 접근법과 시야를 달리 보기로 한다. 지금은 공식적으로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때 나 역시 업자였으므로, 업자의 시각에서 살펴보겠다. 덧붙여, 이쪽 업계에서는 보통 오픈 3개월은 '오픈 빨'이라고 하는데 '더현대서울'은 2월말에 오픈했으니 오픈 3개월이 끝나가는 지금이 이런글을 쓰기에 딱 적절한 시점인것 같다.
코로나가 앞당긴 오프라인 유통체인의 위기와 온라인(모바일) 쇼핑의 핵폭탄급의 폭발력은 아마도 현대백화점 그룹에게 소위 '신상 백화점' 오픈을 앞두고 많은 고민을 하게 했을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의 성공적인 오픈 이후에 백화점 조직 내부에 좋은 쪽으로 '개발 및 론칭 노하우'가 쌓인 듯하다. 원래 점포 하나를 오픈하고 나면, 비록 그 과정은 녹록치 않다 하더라도 오픈에서 얻어가는 노하우가 엄청난데 판교점을 통해서 현대백화점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 인테리어 매뉴얼 업그레이드, 문화센터 리뉴얼, 장르(카테고리)별 콘셉트 정리' 등 을 체계적으로 레벨업했고 이로 인해 기존 점포에서 보여주지 못한 '컨템퍼러리'한 감각으로 리뉴얼한 느낌을 만들 수 있었다. 이 느낌들이 모여서 '클래식하지만 새로운' 백화점의 포지셔닝을 만들어냈다. S사나 L사와 다른 현대백화점만의 포지셔닝이다. 판교점 오픈 이후에도 큰 프로젝트는 몇 개 더 있었지만 (대전, 남양주 아울렛 오픈, 면세점 사업) 그래도 현대백화점의 사업의 뿌리는 '백화점'이고 심지어 '서울 여의도'에 오픈하는 것이기에 이 정도 사이즈의 큰 프로젝트를 꾸려가면서 현대백화점 조직 내부적으로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을 거라 생각이 들어 약간은 동병상련의 짠함을 느끼기도 한다. 작년 가을에는 '더현대서울'이 명품 유치가 안된다는둥 현대백화점 대구점에서 모 명품브랜드 매장을 신세계백화점 동대구점에 뺏겼다는둥 이런 얘기를 술자리에서 들었던 기억도 있어서 ' 이 정도 프로젝트에 명품 유치 안되면 담당자들 집에 가겠군' 이런 생각을 했었던 기억도 있다.
네이밍 얘기를 해 보자.
'더현대서울'은 이름이 남다르다. 30여 년 이상을 백화점이라는 유통 형태를 지탱해온 현대백화점 그룹에서 왜 이런 이름을 썼을까. 보통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이런 방식으로 백화점 브랜드와 그 지역의 이름을 붙이는데 이 곳은 아예 '서울'이라 지칭하고 '백화점'이라는 용어를 삭제했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만약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이었으면 어땠을까.
어딘지 모르게 현대백화점 압구정점(본점)의 견고한 1위 이미지(뭔가 고급스럽고 부티나는)에 왠지 '여의도점'은 좀 뒤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그리고 강남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비해서도 '여의도점'만의 특이점은 없을 것만 같다. 또한 멀지 않은 목동에 현대백화점의 점 매출 5위안에 드는 알짜배기 점포 '현대백화점 목동점'도 있는데 목동점을 두고 목동 사는 분들이 굳이 '여의도점'으로 올 이유가 무엇이 있겠나 싶다. 이름으로만 생각했을 때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여의도라는 위치는 사실은 주거 베이스가 다소 약하다고 볼 수 있는 입지이고 오피스 인구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그들만 바라봤을 때에는 백화점의 주요한 고객층으로 보기는 조금 어렵다. 요즘엔 재택근무도 많기도 하고, 오피스 인구들은 거의 점심 먹는 장사 외에는 기대하기가 쉽지가 않으니. 그리고 여의도에서 조금만 지역을 확장해보면 영등포에, 또 명동에 막강한 경쟁점들이 있지않나. 그럼 그 곳의 각각 몇십년된 기존 단골 고객들을 어떻게 무슨수로 빼올수 있을까, 이런면에서 고민했을 것이고 여의도의 약한 주거베이스를 무엇으로 보완할 수 있을까 여기서 또한번 고민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고객을 어떻게 만들지에서 아마도 MZ타겟 컨셉들이 많은 부분 녹여들어갔을 것이라고 보여진다.
현대백화점은 이런 고민 끝에 아마도 기존 백화점의 '지역명' 강조에서 아예 여의도를 빼버리고 최근 몇년간 뭔가 아시아의 hot하고 힙하게 트렌드를 리딩하는 도시 '서울'을 붙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사실 이 포인트는 거의 관성처럼 굴러가는 유통업계의 법칙을 한번에 깨부순 부분이라 높이 칭찬할만하고, 게다가 G백화점이나 S백화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느껴지는 현대백화점에서 만들어낸 네이밍이기 때문에 더욱더 센세이셔널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예전 백화점 동료는 '서울'이라는 네이밍을 더현대서울이 잽싸게 가져가버려서 너무 아쉽다고 했는데 진심 동감한다. 현대백화점에서 미리 써 버렸기때문에 이제는 서울의 어느 지역에서 뭔가 상업시설(쇼핑몰이든 백화점이든)을 오픈한다고 했을때 '서울'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애매해져 버렸다. 붙일수는 있는데 뭔가 새로움이 빠져버린듯한. 여의도 라는 입지의 애매함을 '서울'을 붙이면서 'K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곳으로 치환했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서울의 좋은 이미지와 다이내믹함을 모두 품는 공간으로 확장되어버렸다. '더현대서울'은, 고객이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을 다니든 현대백화점 목동을 다니든간 뭔가 '한번 가볼만한 곳'이 되어버렸다. 왜냐면 여의도점이 아니라 '더현대서울'이라는 유니크한 고유명사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런게 포지셔닝이고 마케팅이고 리얼 브랜딩이다. 별거 아닌것 같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고, 은연중에
고객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게 하는 강력한 이미지.
이거 누구한테 컨설팅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잘한것 같다. 아, 모든걸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좀 안타깝다. 그저 맛집에 흥분하고 '와 여기 너무 멋있다'라고 사진 찍으면 좋은건데 항상 이런 관점으로 보게 되는 현실.
네이밍은 일단 여기까지로 하고, 백화점 포함 상업시설을 개발할때 가장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는 MD에 대해서 살펴보자.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