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지음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녹기 전에' 라는 상호를 가진 아이스크림 가게의 주인이 써낸 가게 운영에 대한
매뉴얼을 담은 책인데 철학서에 가깝다. 책의 도입부가 너무 뭔가 진진해서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중함에 짓눌렸지만, 책의 중간쯤 이르면 점점 이 주인장의 생각들이 더 재밌어진다.
매우 철저하게, 장사에 대해서, 장사의 본질에 대해서 숙고해서 내린 결론들과 자신의 신념을
녹여놓은 그런 책이다.
아이스크림(젤라또) 하나 팔면서 뭐 이렇게 진지할까 라는 약간의 안티기제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아이스크림 하나 팔때에도 이만큼 고민하고 나서 파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심오함 마저 느끼게 된다.
손님을 접대하고 손님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좋은 기분'에 대한 가치에 대해서
이토록 진지하고, 또 그 생각들을 실천함에 있어서 가히 놀랍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가게에 꼭 방문을 한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세이노였는지 누구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가정부로 일한다면 김치찌개 하나라도 기가막히게 끓여내야 그게 프로이고
그런 사람들은 다른 기회들을 얻을 수 있다 라는 구절이 매우 인상적이였다.
프로페셔널이란 그런 것이고 그런 자세로 일할때 그 일이 무엇이든 그 사람은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그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성공이 목적이 아니라, 업의 본질, 사람의 본질, 가게의 본질에 대해서 깊이있게 고민하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 사람이 하는 가게와 이윤의 논리에 따라 구태의연하게 하는 장사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돈과 수익' 이전에 '고객 만족'과 '고객 만족이 만들어내는 가치'라는게 있다고 믿는 것.
그리고 그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단순한 판매가 아닌 '커뮤니케이션'으로 인식하는 것.
그래서 고객들에게 '좋은 기분'을 들게끔 만드는 것.
지금 내가 고객만족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드는 생각들은 이런것.
나도 일을 시작하면 이처럼 본질을 끝까지 통찰력있게 찾아낼수 있을까.
그리고 실천할수 있을까.
매일매일 자신을 닦으며 돌아볼수 있을까.
현실의 피곤과 수익과 이런것들에 타협하지 않을수 있을까.
새삼스레 멋진 대표와 그의 가게, 더욱더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