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레꼬레 5시간전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지음

위대한 뮤지션으로 손꼽힌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의 타계 소식도 알고 있었지만 사실 큰 관심은 없었던 뮤지션이었다.

예전에 남산 근처에 위치한 피크닉이라는 복합문화공간에서 오픈 전시회로 류이치 사카모토 전시회를 했을 때  아마 내가 오랜만에 그에 대해 생각해 보았던 기억인 것 같다. 한참 음악을 많이 듣던 시절에 마지막 황제 영화의 ost로 rain이라는 곡을 라디오에서 듣고, 이런 음악을 만들어내는 동양인 뮤지션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던 적은 있었지만 그건 벌서 내게도 20년도 기억이니까.


음악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 혹은 음악에 관한 에세이들에 대해서 기본적인 애정이 있다 보니까,

그런 연유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란 사람은 뭔가 이렇다 하는 이유로 저명하다 혹은 대단하다 평가를 받는, 소위 권위가 있는 것들에 대한

괜한 억한 심정이 많아서 뭔가 위대하다고 하면 오히려 더 삐딱하고 꼼꼼하게 비평하려고 하는 전투적인

자세부터 갖게 된다. 그래서 위대한 뮤지션의 유고 에세이 이런 책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갖기는 어려운 건데,

이 책은 처음 도입부에서 읽자마자 거의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었다.


예술의 여러 영역에서 어찌 보면 가장 섬세해야 할, 가장 예민해야 할 영역인 '소리'를 다루는 뮤지션들은

의외로 꽤나 덤덤하게 반복적으로 곡을 쓰고 연주하고 연습하고, 가끔 동료 뮤지션들과 만나서 얘기도 해보고

그런 생활을 하는 것 같다.


류이치 사카모토 역시 예민하고 섬세할 테지만 그의 글들은 의외로 편안하고 또한 솔직하다.

그가 직접 썼을지 그와 인터뷰한 대필 작가가 썼을지 잘은 모르겠지만(어쩌면 섞여있을지도)

그는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작업도 사랑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작업에 영감을 주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면서 자국인 일본 외에 여러 나라를 

넘나들면서 살았던 사람이다. 직업에 있어서만큼은 꽤나 운이 좋은, 행복한 기회들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뮤지션들 중에 그처럼 활동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테니까.


책에 자세하게 묘사되지는 않았어도 이 책을 다 읽으면 그의 프로의식과 절대적인 '좋은 소리'를

찾는 탐구자세 등은 고스란히 느껴진다. 

왠지 이 분은 뮤지션이라 부르기보다는 '소리탐구자'라고 불러야 할 것만 같다.


책에도 나오는 일화이지만 자주 가던 뉴욕의 레스토랑에서 너무 별로인 음악들이 나오자,

음악추천리스트를 작성해서 건네준 일이 있는데 다행히 유튜브에 그 음악 리스트들이 있어서

지금 그 추천리스트를 틀고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자니 이제는 세상에 없지만 한때를 풍미했던 류이치 사카모토 씨가 멀리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다.  그런 기분이 드는 끈적한 여름의 오후에 책의 리뷰를 마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인자의 쇼핑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