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의 저편

기리노 나쓰오 지음

by 세레꼬레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가 누구냐고 누가 묻는다면, 늘 대답은 준비되어 있었다.

일본의 '기리노 나쓰오'라고.


사실 처음 그녀의 소설을 접했을때엔 이거 뭐야, 뭔데 이렇게 다크해, 뭔데 이렇게 꺼림칙할까

라는 기분에 사로잡혔다가 소설의 중반쯤 되었을때엔 와 이거 뭔데 이렇게 재미져 였다가

소설이 끝을 내었을때엔 쌉싸름하게 뭔가 여운이 남는것이....


기리노 나쓰오는 일단 다른 소설가들하고 확실하게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첫째로 필력이 너무 좋아서, 글이 그 주제와 상관없이 정말이지 술술 읽힌다.

정신차려보면 어느덧 소설의 반을 다 읽었다던지 뭐 이런식이다.


그리고 두번째로 주제 전달이 명확하고 약간의 비약이나 좀 말도 안되는것 같은 구성도

생겨나지만 그게 억지스럽지가 않고 엄청 자연스럽다.

한국의 정유정 작가도 다크한 느낌은 비슷하지만 스토리 전개나 필력은 기리노 나쓰오가

몇수 앞서는 느낌이다. 정유정 작가는 약간 억지로 만들어내거나 쥐어짜는 느낌도 강해서

그런 생각이 들고, 기리노 나쓰오는 억지같은 상황을 엄청 자연스럽게 풀어내니까.


앞에 설명이 길었지만 일몰의 저편은 기리노 나쓰오의 신작인데

통제, 검열 등을 일삼는 사회에 대한 문학작가로서의 기리노 나쓰오의 메시지 같기도 하다.

한 여성 작가가 정부에서 운영하는 '감독기관' 같은 곳에 수용소처럼 감금되어

지내는 스토리를 다루고 있는데 내가 마치 그 수용소 같은 곳에 있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묘사가 생생하고 인물들의 캐릭터도 다 살아있다.


예술에 있어서 어느쪽으로 치닫든 '자유'가 중요하며 함부로 판단하는건

위험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았다.

나는 과연 어디까지 받아들일수 있고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 사람일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부분에 대해 사심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건

굉장한 용기가 아닐까.

나에겐 그런 용기가 있는건가 자문해본 소설.


그리고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를 듣는다는 기리노 나쓰오,

내가 느끼기엔 여전히 날이 살아있는 이 눈부신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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