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윌슨 지음
나의 20대의 양대 축은 연애와 진로 고민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10대 때 사춘기를 특별하게 겪지는 않았고, 20대에 젊음의 사춘기처럼
뿌연 안갯속을 걸어가면서 불안해하고 방황했던 그 느낌.
룰루레몬 스토리 책을 읽고서 갑자기 20대 얘기를 왜 하냐면,
나의 20대 중반에(27살도 중반이라고 한다면) 캐나다 밴쿠버에 약 10개월가량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체류했었다.
외삼촌이 밴쿠버에 살고 계셔서 사촌동생하고 아파트를 빌려 같이 살았었는데
그때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
길거리의 젊은 20대 여성들의 레깅스룩에 대한 강한 놀라움.
어찌 보면 좀 민망할 수 있는 정말이지 딱 붙는 검정 레깅스에 운동화,
그리고 에버크롬비풍의 후디, 그리고 배낭, 그리고 이어폰
그리고 그 레깅스의 중심에 룰루레몬이라는 브랜드가 있었다.
나 역시 패션에 관심이 많으니, 쇼핑몰에 가서 룰루레몬을 기웃기웃 대보는데
레깅스 하나에 100불이 넘어가다니. 이거 원. 너무 비싸게 느껴져서
결국 난 룰루레몬을 사지 않고 룰루레몬 아류 브랜드(브랜드 이름은 기억 안 남)의
레깅스 2개를 5만 원 정도에 사서 그 후로도 엄청 잘 입고 다녔던 그런 기억.
룰루레몬은 캐나다에서 탄생하여 미국으로 건너가 메가 히트가 되고
지금에 이르렀다는. 즉 로컬로 시작하여 글로벌 브랜드가 되는.
룰루레몬을 만든 칩 윌슨 씨는 스포츠를 사랑하고 룰루레몬의 근간이 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모든 것을 자신의 생활 속에서 구현하여 발전시킨
'브랜드=창업자'의 전형적인 스타일인데
브랜드가 커가고 사업이 확장되면서, 그리고 상장까지 진행하게 되면서
이런저런 일들과 여러 사람들과 좋은 일, 안 좋은 일 겪어가면서.
급기야는 이사회에서 out 되고, 본인은 스티브 잡스를 이해하게 되고
이런 웃픈 상황까지 발생하는데 사실 논쟁이나 분쟁은 양쪽의 입장이 있는지라
이 책은 철저하게 칩 윌슨 씨의 입장임을 감안하고 볼 필요는 있다.
브랜드의 성장을 다루는 책의 전반부는 너무 재미있는데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 칩 대표님의 자기변명적인 주관 평가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약간 책이 갈길을 잃어버린듯한 느낌도 난다.
하지만 그 역시도 이 브랜드의 현재이기 때문에 감안하고 읽으면 된다.
나이키의 필 나이트와 여러 가지로 비슷한 것 같은 칩 윌슨.
게다가 나이키도 나이키의 탄생 전에 블루리본 이라는 회사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룰루레몬도 룰루레몬 이전에 웨스트비치라는 브랜드의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하였다. 역시 하루아침에 뚝 떨어지는 건 잘 없는 모양.
결국 브랜드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파생되어서
진심을 담고 철학을 담을 때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
그리고 결국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재정적으로 커 나가지만
결국 그 사랑이 상처가 되어 돌아올 가능성도 많은 게 브랜드 사업.
하지만 역시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매력 있는 게
이러한 브랜드 사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룰루레몬은 원래도 좋아하는 브랜드였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룰루레몬이 왜 그렇게 직영점을 고수했는지, 스토어에 매니저 외 세일즈 인력이
왜 그렇게 많고 또 고객에게 말을 붙이며 설명을 잘하는지
모두 이해가 되었다.
단순히 레깅스로만 인식할게 아니라, 이 브랜드가 왜 혜성처럼 등장해서 고객들의
마음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로잡았는지
이제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나 할까.
덧붙여,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이러한 패션(스포츠) 기업은
창의성이 살아있어야 하고 그 창의성을 대표가 지켜내야 하는 건 진리임을
새삼 동감한다. 숫자 논리 이전에 그 상품을 입는 고객을 생각해야 한다.
가끔 숫자에 모든 게 다 잊힐 수 있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덧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고객 로열티는 증발해버리고 말겠지.